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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주한미군 사령관 “DMZ 정치화 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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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전협정에 명시된 기준 지켜야”

    與 ‘출입권한 확대’ 추진에 반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19일 비무장지대(DMZ)에 대해 “이 지역이 정치화되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해외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 팟캐스트 ‘워 온 더 록스’에 출연해 “우리는 미국, 중국 인민해방군, 북한 조선인민군이 서명한 (정전)협정에 따라 이 완충지대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엔군사령부가 갖고 있는 군사분계선(MDL) 남측 비무장지대(DMZ)의 출입 통제권을 통일부 장관도 일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DMZ가 “우리의 영토 주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할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엔군사령관도 겸하고 있는 브런슨 사령관이 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우리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은 ‘정전협정’이고 정전협정에 명시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정전협정이라는 법적 문서를 무력화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변경하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의 DMZ 출입 통제권은 1953년 체결된 6·25 정전협정에 명시된 것이므로 한국 국내법으로 바꿀 수 없다는 취지다.

    이날 ‘김정은 정권이 그저 정권 유지에 관심이 있는지 또는 무력 통일이란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브런슨 사령관은 “나는 김정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김정은은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군부에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한미훈련 그 자체로 대북 억지 효과 있어… 北반응은 ‘소음’일뿐"

    북한은 줄곧 한미 연합 훈련을 비난하고 있으며, 여권의 이른바 ‘자주파’에서는 대북 대화를 위해 훈련을 축소·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8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미 회담이 실현되려면 한미 연합 훈련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한미 군사 훈련을 하면서 북미 회담으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런슨 사령관은 “우리의 훈련은 방어적 성격”이라며 “북한의 반응은 그저 ‘소음’으로 취급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된 적은 북한이지만 이 지역에는 적이 아주 많다. 러시아, 북한, 중국,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이란의 연계를 보면 우리는 이 모든 적을 상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이 훈련돼 있는 데서 오는 억지 효과가 있다”며 “위기가 닥쳤을 때 ‘아, 기회가 있을 때 훈련을 해뒀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해도 너무 늦는다”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며 소부대 전술, 드론의 특성, 자폭 무기 사용법 등을 배웠다”며 “이제 그들이 복귀해 나머지 북한군을 훈련시킨다는 것이 북한이 얻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연합) 훈련이 우리를 발전시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군사분계선(MDL)에 대해 “한국군과 협력해 (경계가 어디인지)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우리가 먼저 선을 위반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합참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달에만 열 차례 MDL을 침범했다고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모든 조건이 충족된 후에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주한미군)는 전환을 전혀 지연시키려 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작권 전환 조건은) 우리가 현재 수행하는 중요한 임무들을 한국군도 똑같이 수행할 준비가 돼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현재 한반도 최전선에서 이뤄지는 ‘통합 공중 미사일 방어(IAMD)’ 같은 데서 실수할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대만에 투입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브런슨 사령관은 “저의 상관은 인도·태평양 사령관이며 제가 가진 역량 중 무엇이 상관의 임무 수행을 도울 수 있는지 모든 영역에 걸쳐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리더”라며 “한반도를 넘어 지역적으로 더 깊이 관여하는 것이 우리 동맹군으로서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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