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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헌재 “계엄 위법성, 일반인도 안다”…법원 박성재 영장기각 사유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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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왼쪽)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24년 4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2024년 7월2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눈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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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는 ‘계엄이 위법한지 몰랐다’고 주장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달아 기각하자 본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연내 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고, 국민의힘은 조희대 대법원이 뒤늦게 내놓은 ‘무작위 배당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로 충분하다며 필리버스터 카드를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과 대법원은 ‘전담재판부 자체가 위헌’이라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헌법재판소가 조지호 전 경찰청장 파면을 결정하며 법원의 박 전 장관 영장 기각 사유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판단을 집어넣어 파문이 일고 있다. 헌재는 ‘계엄의 위법성을 몰랐다’는 조 전 청장 주장을 반박하며, “평균적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도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명시했다. 판사의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 한덕수·박성재·추경호 등 내란 사건 주요 피고인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는 판단이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을 동원해 국회 봉쇄 등을 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파면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헌재는 파면 근거인 ‘법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판단하며 “피청구인(조지호)은 30년 이상 경찰에 근무하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경찰의 임무와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위 공직자”라는 점을 거론했다. 이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하는데, 12·3 계엄 선포 당시 상황은 헌법 및 계엄법에 규정한 계엄 선포 상황이 아니었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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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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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는 특히 “12·3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국회의원과 시민이 국회로 모여 저항하고, 현장에 출동한 군경도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이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직 최고 책임자로 고도의 정보접근성과 전문성을 갖춘 피청구인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경찰청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파면을 결정했다.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박 전 장관은 30년 가까이 검사로 재직하며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법무부 장관을 맡았다. 헌법과 법률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 등 경찰청장 파면에 적용된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도 남는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3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통상적 업무를 한 것’이라는 박 전 장관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피의자(박성재)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내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즉 40년 경력의 법률 전문가이자 대통령의 핵심 법무참모인 법무부 장관이, 일반 국민도 단번에 알아차리고 국회로 달려가게 만든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몰랐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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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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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연구관을 지낸 헌법학자는 “헌재의 이번 판단은 ‘법무부 장관의 위법성 인식을 따져봐야 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어떤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과 미래에 부합하는 법 해석인지 보라’고 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형사재판이 헌재 판단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헌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인 지난 4월10일 박 전 장관의 탄핵을 기각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박 전 장관의 계엄 선포 국무회의 및 그 전후 행적에 대한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헌재 역시 위법성 인식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았다. 헌재는 “피청구인(박성재)이 묵시적·암묵적 동의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를 도왔음을 인정할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계엄 선포 직후 ‘수도권 구치소에 3600명 수용 가능’ 검토 문건 등이 박 전 장관에게 보고·삭제된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났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경찰청장이 파면될 정도라면 법무부 장관 등도 당연히 파면됐어야 한다.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 때문에 다른 탄핵 사건은 수사 기록도 없는 상태에서 속도전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지호 전 청장의 경우 건강 문제로 탄핵심판이 미뤄졌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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