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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기자24시] 고령자 운전대부터 빼앗는 쉬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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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운전자 A씨(63)는 최근 한 렌터카 회사에서 차량을 대여하려다 거절당했다. 이 업체는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60세 이상 여성, 65세 이상 남성에게는 렌트를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 운전자가 늘면서 이들이 내는 사고도 함께 증가세다. 특히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한 고령 운전자가 도로를 역주행해 14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고령 운전이 큰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낸 고령자들의 공통점은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페달을 잘못 밟은 사실을 즉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고령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운전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후부터 주의력·기억력·시각 탐색 능력·상황 지각 능력이 평균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만으로 렌터카 대여를 중단하는 등 고령자의 차량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운전 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복잡한 도로 설계, 야간 조명이 부족한 환경, 불충분한 도로 표지, 신호 체계와 안전시설 미비 등 다른 이유가 많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의 고령 운전자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박 모씨(59)는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고령 운전자 중에는 운전이 능숙한 분도 많다"며 "당장 나도 환갑을 앞둔 나이인데, 65세도 아니고 60세를 상한선으로 잡은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올해 일본 정부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화하는 기준을 내놨다. 전방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더라도 가속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미국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꼭 필요한 생활권 내에서만 운전을 할 수 있는 면허를 따로 발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고령 운전자에게 "당신은 사고 위험군이니 운전을 그만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사고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일 터다.

    [박자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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