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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美 2배로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 脫코리아 부르는 자충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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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용 전기요금이 미국의 2배 수준으로 오르면서 기업 경쟁력을 잠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철강·제련·석유화학은 물론 반도체 산업마저 전기요금 급등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가파른 전기요금 인상은 국가 경쟁력을 뿌리째 흔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최근 11조원대 미국 투자를 결심한 데는 관세와 희토류 동맹, 경영권 분쟁 등의 요인 외에도 전기요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련 원가의 30~40%를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고려아연의 특성상 전기요금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인이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업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제조업의 경우 올해 들어 3분기까지 4조7656억원의 전기요금을 냈다. 2021년(2조3152억원)의 2배 수준인데, 같은 기간 전기 사용량은 2만4628GWh에서 2만6776GWh로 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 전체가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 업계도 전기요금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평균 9.7%(대기업용 10.2%) 인상을 포함해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료는 최대 76% 치솟았다. kwh당 180원으로, 미국(85~98원)의 두 배 수준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역대 정권이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에 차등을 둬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요금체계 개편을 예고했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보이지 않는 산업 정책이다.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입하거나, 값싼 전기료를 찾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떠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전기요금이 버겁다는 방증이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전 건설과 전력 인프라 투자, 합리적 요금체계 도입 없이는 기업의 '탈(脫)코리아'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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