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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다시 청와대 시대 … 대통령실 위치가 아닌 소통이 핵심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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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관이 22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등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구중궁궐을 벗어나 국민과 더 소통하겠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으로 옮긴 2022년 5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실의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본질인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 후 여민관에 집무실을 두고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과 같은 건물에서 일할 것이라고 한다. 참모들과 물리적 거리를 좁혀 실시간으로 정책을 조율하고 비서진의 고언을 가감 없이 듣겠다는 취지다. 과거 청와대의 폐쇄성과 권위주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공간을 옮기고 집무실 배치를 바꾸는 것이 소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용산 이전을 강행하고, 참모들과 한 건물에서 일했던 윤 전 대통령이 '불통의 아이콘'으로 남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새로운 '청와대 시대'는 단순한 공간적 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간의 변화가 실질적인 소통과 변화로 이어져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며 공직자들과의 소통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공직자를 질타하는 것이 소통은 아니다. 즉흥적이거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오해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국민 의견을 듣는 경청과도 거리가 멀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판적 목소리조차 국정의 동력으로 삼는 포용력이 절실하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도 1300억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혈세를 들여가며 다시 연 '청와대 시대'에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만기친람하는 '청와대 정부'가 아니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향해 귀를 여는 소통과 탈권위를 보고 싶다는 것을 이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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