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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이슈 미술의 세계

    평창 ‘눈꽃 요정’ 의상도 나왔다… ‘입는 예술’ 40년 여정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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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패션아트 1세대 금기숙 작가 기증 특별전

    “힙하고 아름다워” 전시장에 젊은 관객 북적

    조선일보

    금기숙 기증 특별전에 ‘입는 조각’들이 전시된 모습. 맨 앞에 걸린 분홍빛 ‘연화드레스’는 연꽃이 피어나는 시간을 색의 흐름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는 “연꽃의 단아한 아름다움 속에 담긴 승화와 인내의 상징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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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하얀 철사에 반짝이는 구슬을 엮어 만든 피켓 요원들의 의상이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각형으로 겹쳐진 부분은 한복의 깃을, 머리에 쓴 화관은 족두리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적 조형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구현했다고 호평받은 ‘눈꽃 요정’ 드레스. 평창동계올림픽 의상 감독 금기숙(74·전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의 작품이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한국 패션 아트 1세대 금기숙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증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입는 옷을 조형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의 40년 창작 여정이 펼쳐진다. 작가가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 56점이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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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도입부에서 만나는 ‘백매(白梅)’ 드레스.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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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공간 한가운데 빛나는 ‘백매(白梅)’ 드레스가 전시장 도입부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철사로 선을 세우고 투명 비즈를 점처럼 이어가며 한 땀 한 땀 엮은 작품이다. 무게감이 안 느껴질 정도로 가볍게 떠 있는 드레스가 빛의 방향에 따라 미세하게 반짝인다. 작가는 “정원에 있는 매화나무, 특히 봄마다 하얀 꽃을 피우던 백매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매화의 생명력과 시간의 흐름을 함께 담고 싶었다”고 했다.

    금기숙은 한국에서 ‘패션 아트’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작가다. 철사·구슬·노방(한복 옷감)·스팽글(반짝이는 장식)을 활용해 의상을 ‘입는 조각’이라는 예술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단순히 입는 대상이 아니라 시대 감각과 개인의 기억,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는 조형 언어로 확장해왔다. 한국패션문화협회장, 국제패션아트연맹(IFAA) 초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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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숙, '학창의'(2016). 철사, 비즈.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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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숙, '끌림 II'( 2025). 철사, 비즈, 호일.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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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은 연일 젊은 관객들로 북적인다. 소셜미디어엔 “정성과 끈기가 배어 있는 작품들이 힙하고 아름답다” “옷 입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벽면 작품도 장관”이라는 후기가 올라온다. 연꽃이 피어나는 시간을 색의 흐름으로 풀어낸 분홍빛 ‘연화 드레스’, 혼례용 활옷과 궁중 당의(唐衣) 등 한복 특유의 곡선미와 여백의 미를 구현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패션과 공예,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의 예술 세계를 만나는 전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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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숙, '눈꽃요정 06'( 2018). 철사, 비즈, 직물, 스펀지.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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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숙, 드로잉-평창올림픽 피켓요원 의상 스케치.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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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피켓요원이 눈꽃 요정 드레스를 입고 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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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의 마스코트가 된 ‘눈꽃 요정’ 의상도 여러 점 나왔다. 금 작가는 “평창올림픽 당시 과분한 찬사를 받으면서 이 작업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와 검사’로 이름을 날린 유창종(81)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남편이다. 유창종은 평생 수집한 와전(瓦塼·기와와 전돌) 1873점을 지난 2002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단일 종류 유물 기증으로 박물관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부부는 2008년 서울 부암동에 유금와당박물관을 세우고 공동 관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금기숙은 “기증을 결심한 데에는 패션과 아트의 경계에 서 있던 ‘패션 아트’를 더 널리 알리고픈 마음도 컸다”며 “기증된 작품들이 체계적으로 연구·보존돼 한국 공예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3월 15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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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본지 인터뷰 때 만난 ‘기와 검사’ 유창종(왼쪽)과 금기숙 작가. 서울 부암동 유금와당박물관 정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작품을, 아내는 와당 수집품을 들었다. 천장에 매달린 설치물은 금 작가의 작품이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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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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