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4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일본 법원, ‘북송사업’ 피해자에 “북한이 배상해야” 첫 판단···“인생 대부분 빼앗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가와사키 에이코씨 등 북송사업 관련 민사재판 원고들이 지난 26일 도쿄지방법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법원이 ‘지상낙원’이란 선전에 속아 북한에 갔다가 탈북한 자이니치(재일교포)들에 대해 북한이 8800만엔(약 8억26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고 27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법원이 북송사업과 관련해 북한에 배상 명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가와사키 에이코 등 자이니치 4명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조선(북한)에 의한 계속적 불법 행위가 성립한다”며 전날 이같이 판결했다. 북한의 배상 책임액은 원고 1명당 2200만엔이다.

    재판부는 북한이 ‘의료와 교육이 무상이며 주거와 일자리도 보장된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북한 정부가 “자유로운 출국을 허용하지 않아 (원고들이) 가혹한 상황 아래서 장기간 생활하도록 강요했다”며 “(원고들은) 인생 대부분을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송사업은 북한과 일본이 체결한 ‘재일교포 북송에 관한 협정’에 따라 1959년부터 1984년까지 25년 동안 진행됐다. 이 사업에 따라 북한에 건너간 자이니치 등은 약 9만3000명에 달한다.

    이번 재판 원고 4명은 1960∼1972년 사이 북송사업으로 본인 또는 부모가 북한에 들어갔다가 탈북한 이들이다. 탈북 시점은 2001~2003년으로, 북한에 입국한 때로부터 약 30~40년 시간이 흐른 뒤였다.

    지지통신은 “외국 정부가 행한 사업의 불법행위를 인정해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은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아사히는 다만 “(일본이) 북한과 국교가 없는 현재 배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사실관계가 사법기관에 인정된 데 의의가 있다”는 변호인단 발언을 전했다.

    해당 소송은 북송사업 관련 북한 정부의 책임을 따지는 일본 내 첫 민사재판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진행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원고들은 2018년 도쿄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북한 내에서 이뤄진 가혹행위에 대해 일본 법원이 관할권을 갖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이를 각하했다. 재판이 새 전기를 맞은 건 2023년 도쿄고등법원이 “북한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침해 전체의 관할권은 일본 재판소에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다.

    판결 관련 서면 게시 후 2주 안에 북한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된다고 NHK는 전했다. 현재까지 북한 측은 재판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으며, 답변서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자행한 인권 침해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유의미하게 인정받은 결정”이라며 “이번 재판부 결정이 더 많은 책임규명의 기회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카야나기 도시오 호세이대 국제문화학부 교수는 이번 판결이 향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의 가족 등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하나의 선례로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