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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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26일(현지시간) “유럽은 미국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유럽 내에서 부상한 ‘독자 방위론’은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뤼터 총장은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누군가 여기서 유럽연합(EU)이나 유럽 전체가 미국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꿈을 꿔라. 그건 불가능하다. 우린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뤼터 총장은 이어 유럽이 자체 핵 역량을 갖추려면 수십억유로(수조원)가 들고,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국방비에 들여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나토 32개 회원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국방비를 2035년까지 GDP 5%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이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란 뜻이다. 뤼터 총장은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 자유의 최종 보장책인 미국의 핵우산을 잃게 될 것”이라며 “행운을 빈다”고 하기도 했다.
뤼터 총장의 이번 발언은 유럽에서 지난해부터 영국과 프랑스의 핵우산 공유를 비롯한 독자 방위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유럽의 독자 방위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구상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더 커졌다. 안드리우스 쿠비릴우스 EU 방위·우주 담당 집행위원은 “10만명 규모의 상설군 창설”을,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유럽판 나토 구축”을 주장하기도 했다. 뤼터 총장은 EU 상설군 주장을 겨냥해 “그렇게 되면 상황만 더 복잡해진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척 좋아할테니 다시 생각해보라”고도 말했다.
뤼터 총장은 이날 북극 안보 강화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비전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뤼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유럽에 예고했던 ‘그린란드 관세’를 전격 철회한 과정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도 주목받았다. 당시 뤼터 총리가 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뤼터 사무총장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한 결과 그린란드 및 북극 전반에 관련한 향후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뤼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합의의 틀’에 관해서는 “두 가지 방향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를 비롯한 광범위한 북극 방어 계획에 대해서는 나토 동맹국이 회담할 계획이고, 그린란드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 대표단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뤼터 총리는 ‘당사자를 배제한 채 그린란드의 미래를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덴마크를 대표해 협상할 권한이 없으므로 협상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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