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분 제품값 전가 땐 일종의 ‘준조세’
대체품 소비 늘어나는 ‘풍선효과’ 가능성
저소득층 세 부담 커지는 ‘조세 역진성’ 문제도
설탕. 게이티이미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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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비만·당뇨 주범인 당류 첨가 음료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 부과를 언급하면서 이른바 ‘설탕세’ 도입 논란에 불을 붙였다.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반대로 물가를 자극하고 저소득층 부담이 커져 조세 역진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이나 주민에게 강제로 거두는 세금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일반 세금이 국가 운영 전반에 쓰이는 것과 달리 부담금은 건강생활 지원, 영양 관리, 공공보건의료 시설 확충 등 오직 ‘건강 증진’ 목적에만 한정해 사용된다.
일단 설탕세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증진이다. 설탕이 충치, 비만, 암 등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는 차원이다.
문제는 물가 상승과 조세 역진적이라는 측면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이 오르는 만큼 일종의 ‘준조세’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원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된다면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유사 제품군에서 연쇄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강병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당류 함량에 따라 100ℓ당 최대 2만8000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100㎖당 11g의 당이 포함된 콜라 1ℓ를 기준으로 하면 약 110원의 부담금이 붙는 셈이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식습관 개선 유도와 질병 치료 재원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초 생필품 성격이 강한 설탕에 부담금을 물리면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가당 음료 부담금 도입 시 추가 비용 증가로 식품산업계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당분 가공식품으로의 ‘풍선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필라델피아와 시애틀 등 설탕 음료(SSB)에 과세한 사례를 보면 과자 등 대체품 소비가 늘거나 세금을 피해 다른 지역에서 음료를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징수 범위도 논란이다. 당류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에만 부과할지, 과자·빵 등 당류 가공식품 전반으로 범위를 넓힐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도 과세 대상은 제각각이다. 프랑스는 2011년부터 코카콜라 등 가당 음료에 함유된 당 함량에 비례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음료뿐 아니라 초콜릿, 사탕 등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 전반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2023년부터 건강세를 도입한 콜롬비아는 설탕이 포함된 음료를 비롯해 카카오 함유 식품·곡물 시리얼·아이스크림·조미료·향신료 등 초가공식품도 과세 대상이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역진성’도 문제다. 저렴한 가당 음료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이 소득 대비 더 많은 세 부담을 안게 된다는 비판이다. 설탕을 대체할 무가당 음료, 유기농 쥬스 등 건강한 대체재가 가격대가 더 높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적은 저소득층으로선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금이 특정 물건에 붙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대체품을 사게 돼 결과적으로는 시장만 왜곡될 수 있다”며 “설탕세 도입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논의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설탕세 제안에 앞서 더 시급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과세해야 할 금융소득은 외면한 채 새로운 소비세만 내세워서는 조세정의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저소득층 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21년 펴낸 보고서를 보면 콜롬비아의 경우 가당음료 과세 정책으로 저소득층 과체중률이 1.5∼4.9%포인트, 비만율은 1.1∼2.4%포인트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조세연 관계자는 “가당음료세의 가격 탄력성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높아, 세 부과 시 비만·체중 감소 효과도 저소득층에서 더 클 수 있다. 이는 건강평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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