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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반도체 말고 예술도 있다, 이건희 컬렉션 美 6만명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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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외교의 장’ 된 갈라 만찬… 미국 정·재계 250여명 모여

    조선일보

    한국의 보물이 워싱턴의 밤을 밝혔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는 갈라 만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의 유력 정·관계 인사,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눴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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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일류 컬렉터의 수집품이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인 ‘이건희 컬렉션’의 첫 해외 순회전이 미국에서 ‘K미술’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한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의 누적 관람객이 2월 1일 폐막을 앞두고 최근 6만1000명을 돌파했다. 폐막 시점엔 6만5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8일(현지 시각) 특별전의 성공을 기념해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갈라 만찬에는 미국 정·재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걸렸던 전시장엔 미국 장관과 의원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한국의 문화 예술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거대한 ‘민간 외교의 장’으로 변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모두 참석해 내빈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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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컬렉션’ 갈라 만찬에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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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정·재계 거물 모이게 한 ‘K미술’

    이날 만찬에서 이재용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6·25 전쟁 등 고난 속에서도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가 강했다”며 “홍라희 명예관장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컬렉션의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하는 데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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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갈라 만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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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찬장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포함해 미국 정·관계, 글로벌 기업 경영진, 문화계 인사 등 총 250여 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러트닉 장관 외에도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부 장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마이클 더피 국방부 차관 등 핵심 관료들이 자리했다.

    미 의회에서는 삼성의 주요 생산 기지가 있는 지역구의 상원의원들이 대거 결집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의 테드 크루즈 의원(공화당), 생활 가전 공장이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팀 스콧 의원(공화당)이 참석했다. 삼성의 AI·반도체·바이오 파트너사 CEO들도 집결했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이번 전시는 삼성 일가의 창조를 향한 열정을 구현하고 있으며, 이 열정은 대를 이어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평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한국 미술 정수 남겨”

    이번 전시는 북미 지역에서 4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로 한국 미술을 조명했다. 1980년대 미국·영국·프랑스를 순회한 ‘한국미술 오천년전(展)’ 이후 가장 폭이 넓다. 이건희·홍라희 부부가 30대에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며 처음 구입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국보 7건, 보물 15건 등 330점이 출품됐다. 삼국시대 금동불상부터 박수근·김환기·이응노 등 한국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까지 1500년 한국 미술의 정수가 담겼다.

    현지 관람객들은 “이 모든 작품이 단 한 사람의 수집품”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관람객들은 이건희 회장 당대에 삼성이 반도체와 휴대폰, 세계 일류의 가전제품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K컬처의 뿌리인 문화유산과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수집하고 국가에 기증했다는 데 감동한다”고 전했다.

    전시장에선 조선시대 책가도 병풍을 시작으로 18세기 인물의 내면까지 그려냈던 초상화 대가 이명기의 ‘조항진 초상’, 자연의 섭리를 담은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한글의 역사를 보여주는 ‘월인석보’, 금으로 정성껏 쓰고 그린 고려 시대 사경본 등 불교 미술품, 고려 청자의 맑은 비색을 간직한 ‘청자 상감 운학문 완’ 등 도자 명품들도 나왔다.

    국내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은 2021년 첫 기증품 소개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누적 관람객 262만명 기록을 세웠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컬렉션은 ‘국가적 보물’을 해외로 흩어지지 않게 지키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며 “기업의 역할이 단순한 후원을 넘어 문화 자산을 지키고 넓히는 데까지 이어진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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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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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는 2월 1일 폐막 후, 미국 시카고박물관(3월 7일~7월 5일)과 영국박물관(9월 10일~내년 1월 10일)으로 이어진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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