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별 시스템은 아직 없어
소설가 황석영이 작년 12월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신간 소설 ‘할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황 씨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챗GPT를 조수로 활용했다”고 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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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작 장편 ‘할매’를 내놓은 황석영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챗GPT를 조수로 활용했다”며 “600년 된 팽나무, 시대 배경, 구성 방법 등 대여섯 가지 요소를 입력해 놓고 AI(인공지능)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이 작업을 “(소설의) 밑그림”이라고 표현했다.
기성 작가는 자신이 AI를 활용했다고 밝히는데, 신인 작가의 등용문인 각종 공모전은 여전히 ‘AI 사용 금지’를 명시한 곳이 많다. 문단과 출판계를 중심으로 AI 활용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한 지역 신문사의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에선 본문에 AI 답변에 등장하는 ‘**’ 부호가 두 곳이나 등장해 문단에선 AI 사용 의혹이 일었다. 이 신문사는 AI 활용 제한에 대한 응모 규정을 사전에 제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주요 출판사들은 “AI 제작 작품은 응모할 수 없습니다”(창비 신인문학상),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응모작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성한 경우 수상 취소”(SF 한국과학문학상) 등 응모 요강을 강화하고 있다. AI가 창작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 A 출판사의 공모전 담당자는 “자료 조사나 취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창작의 핵심적인 행위 자체를 AI에 맡기는 것을 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지가 문의한 결과, 투고작의 AI 사용 여부를 검증하는 별도 시스템이나 기술은 없는 실정이었다. B 출판사 측은 “AI 사용 금지를 명시했지만, AI가 썼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편집자의 감(感)과 작가의 양심에 맡겨진 실정. C 출판사 관계자는 “투고작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에도 평균에 맞춰진 느낌이 들어 이런 것들이 AI의 도움을 받은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심증일 뿐”이라며 “하던 대로 ‘인간의 눈’으로 살피고 있다”고 했다.
논문 표절 여부를 알아보는 카피 킬러처럼 응모작을 AI에 집어넣고 확인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발표 원고를 챗GPT 같은 오픈 소스에 넣는 순간, 저작권 침해 소지가 생기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이마저도 꺼리고 있었다. 한 소설 전문 출판사 대표는 “자신의 작품을 AI에 넣고 교정·교열을 보지 말라고 계약서에 명시하는 작가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미발표작을 어떻게 AI에 넣어 확인하겠느냐”고 했다.
일부에선 “차라리 AI 창작물에 물꼬를 터줘서 순문학과 AI 문학, 투 트랙으로 가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D 출판사 편집장은 “언제까지 이렇게 쉬쉬할 수는 없지 않냐”면서 “AI 협업 부문 같은 것을 만들어 길을 터주고 분야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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