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자작나무 숲’ 낸 소설가 김인숙
‘자작나무 숲은 임도를 30분쯤 달렸을 때 나왔다.’ 소설가는 “첫 문장을 먼저 써놓고 그다음에 이야기가 들어왔다”고 했다. /장경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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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인숙(63)과 자작나무 숲에 간 적 있다. 기자는 몇 해 전 동인문학상 심사 때 소설가를 포함한 심사위원 5명과 서울 근교 한 수목원에 들렀다. 자작나무 군락이 나오자 소설가는 환한 표정으로 한참 나무 사진을 찍었다.
그가 왜 자작나무를 보고 기뻐했는지 비밀이 풀렸다. 당시 그는 최근 출간한 장편 ‘자작나무 숲’(북다)을 쓰던 중이었다. 2022년 발표한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하는 데 2년 넘게 공을 들였다. 얼마 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만난 김인숙은 “쓰면서 (이야기를) 무너뜨리고 다시 쌓고 또 무너뜨리면서 스토리를 좇았다”면서 “많이 바꿔가며 썼기에 같이 자라온 작품 같다”고 했다.
공포 장편소설 ‘앙스트’ 시리즈로 출간된 ‘자작나무 숲’은 꼬불꼬불한 이야기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면 “좁고 위험한 염소의 길” 같다.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상 마을 곡교가 배경이다. 한때 마을에서 제일 가던 부잣집인 산1번지에는 쓰레기가 한가득 쌓였다. 그곳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쓰레기 저장 강박증을 가진 할머니 최무자와 손녀 모유리를 중심으로 3대에 걸친 비밀을 파헤친다. 원한과 끔찍한 기억이 썩는 냄새를 풍긴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미스터리·공포 소설이다.
1983년 스무 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인숙은 40년 넘게 소설 쓰는 베테랑 작가다. “소설 장인”(신형철 문학평론가)으로도 불린다. 등단 이야기를 꺼내니 그도 “거의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웃었다. 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고 순문학 분야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힌 그는 ‘더 게임’(2023) ‘물속의 입’(2024) 등 최근 몇 년 새 연이어 장르 소설을 펴내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순문학과 장르 문학의 구분이 흐려진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인지 물었다. “미스터리·범죄 소설의 팬이었다”는 소설가는 “내 스타일의 미스터리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재미없는 부분은 맨 마지막이에요. 모든 게 다 밝혀지는 순간의 허무함이랄까요. 세상은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잖아요. 삶은 미스터리 소설의 결말처럼 딱딱 맞아떨어질 순 없는 거예요.”
김인숙은 마지막 장에도 비밀이 풀리지 않는, 삶이라는 진짜 미스터리를 다룬다. 그 미스터리가 실로 공포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슬픔이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끼는 문장을 꼽았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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