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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15 (일)

    [기고]서울의 재도약, 왜 ‘국가’가 빠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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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기고 ‘서울, 다시 뛰어야 할 대한민국 심장’은 서울 경제의 둔화와 글로벌 도시 경쟁력의 정체를 수치로 분명히 보여준다. 2022년 2.6%였던 서울의 성장률은 2023년 1.1%로 하락했고, 2024년 잠정치 역시 1.0%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성장률이 2.0%였다는 점에서 서울이 더 이상 국가 성장을 이끄는 중심축이 아니라는 진단은 분명한 경고이다.

    그러나 이 글이 던지는 문제의식이 온전히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질문이 더해져야 한다. 서울의 성장 둔화는 과연 서울만의 문제인가. 그리고 해법 역시 서울만 바라보며 찾을 수 있는가.

    서울은 이미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초집중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수도권 인구는 전국의 절반을 넘어섰고, 상위 대기업 본사의 다수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주요 대학, 연구소, 금융기관, 문화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통 혼잡, 주거 불안, 삶의 질 저하는 행정의 미숙 이전에 ‘집중의 비용’이다. 세계도시종합경쟁력지수(GPCI)에서 접근성 분야의 교통 혼잡도가 ‘0점’ 평가를 받은 사실은 충격적이지만, 그것은 서울시 행정만의 성과나 실패로 설명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모든 기능을 서울에 얹어온 결과가 도로 위에서 폭발한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란 명제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때 성장 전략이었던 이 논리는 이제 문제를 가리는 언어가 됐다. 서울의 성장을 위해 다른 지역의 희생을 당연시해온 결과는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이라는 이중 위기이다. 균형발전은 이상이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세계 주요 도시들과의 비교에서도 시야는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 서울은 커니 글로벌도시지수에서 10위권 밖, 모리재단 GPCI에서도 6~8위권을 오르내리며 정체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와 싱가포르에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도쿄나 싱가포르는 결코 ‘혼자 뛰는 도시’가 아니다. 다핵적 국가 구조 속에서 기능을 분담하며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글로벌 도시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다핵적 국가 구조 위에서 힘을 얻는다.

    서울의 연구·개발(R&D) 역량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그 성과가 교통 체증과 주거 불안 속에서 소진되고 있다면 이는 서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계의 문제다. 서울의 재도약은 더 많은 기능을 끌어안는 데 있지 않다. 서울이 집중할 기능과 내려놓을 기능을 구분하는 데 있다.

    서울은 글로벌 본사, 금융, 연구·개발, 문화 콘텐츠처럼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반면 제조, 물류, 에너지, 첨단부품, 지역 혁신의 토대는 부산·울산·대구·광주·대전 같은 광역 거점도시로 분산돼야 한다. 이것이 국가균형성장의 핵심이며, 동시에 서울의 교통과 주거 문제를 완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서울을 살리기 위해 지방을 비우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서울이 다시 뛰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뛰는 방향이 ‘더 앞서가는 서울’이 아니라 ‘함께 달리는 국가’를 향하지 않는다면, 서울은 다시 숨이 찰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울을 더 뛰게 할 정책이 아니라, 서울이 혼자 뛰지 않아도 되는 국가균형성장을 설계하는 일이다.

    경향신문

    소순창 건국대 교수·전 대통령 직속 자치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소순창 건국대 교수·전 대통령 직속 자치분과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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