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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미술의 세계

    어? 작품 속에 왜 마네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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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로폴리탄展 ‘빛을 수집한 사람들’

    ‘숨은 작가 찾기’에 관람객 눈 번쩍

    여성 화가 발견하는 기쁨도 만끽

    조선일보

    장 프레데리크 바지유가 그린 ‘이젤 앞에 선 마네’를 한 관람객이 휴대폰에 담고 있다. 붓을 들고 있는 화폭 속 남성이 바로 1860년대 초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라는 과감한 작품을 발표해 파리 예술계에 충격을 안긴 화가 에두아르 마네다. 29.5×21.5㎝.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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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네가 왜 여기서 나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전시장. 관람객들은 뜻밖의 작품에서 화가 얼굴을 발견하고 놀란다. 장 프레데리크 바지유가 그린 ‘이젤 앞에 선 마네’. 정장용 모자를 쓰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성이 붓을 들고 이젤 앞에 서 있는 그림이다. 자신감 넘치는 화폭 속 남성이 바로 1860년대 초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라는 과감한 작품을 발표해 파리 예술계에 큰 충격을 안긴 화가 에두아르 마네다. 마네는 동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통해 예술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숨은 작가 얼굴을 찾아라!

    이번 전시는 리먼 컬렉션을 중심으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회화와 드로잉 총 81점을 선보인다. 리먼 컬렉션은 리먼 브러더스 투자은행을 대대로 경영했던 필립 리먼(1861~1947)과 그의 아들 로버트 리먼(1891~1969)이 60여 년에 걸쳐 수집한 결과물. 특히 로버트 리먼은 완성된 회화뿐 아니라 완성작으로 나아가기 위한 화가의 수많은 실험, 고민의 흔적이 담긴 드로잉 또한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요절한 화가 바지유가 이젤 앞에 선 마네를 얼마나 애정과 존경을 담아 바라봤는지 엿볼 수 있다. 바지유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바지유와 마네를 그린 그림도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있다. 바지유는 마네를 중심으로 모인 화가들, 훗날 인상주의 화가로 불린 이들 가운데서도 핵심 인물이었다. 안타깝게도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스물아홉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조선일보

    에두아르 뷔야르, ‘와로키와 함께 있는 자화상’(1889). 캔버스에 유화, 92.7×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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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화가의 얼굴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에두아르 뷔야르가 스물한 살에 그린 ‘와로키와 함께 있는 자화상’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점잖게 차려입은 뷔야르가 팔레트와 붓을 들고 그림 한가운데 서 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관람자를 바라보는 얼굴은 빛을 받는 부분과 그늘진 부분으로 나뉘어 명암의 대조를 이룬다. 흐릿하게 묘사한 뒤쪽 인물은 뷔야르의 친구 와로키인데,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없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유리병에 반사된 형체를 볼 때, 그림 속 인물들이 거울을 통해 바라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뷔야르는 아카데미에서 배운 양식에서 벗어나 감각적인 상징주의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실내 초상화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특히 어머니를 자주 그렸다.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파리의 아파트, 거실 창가에서 바느질을 하거나 식탁에 앉아 있는 어머니 그림도 이번 전시에 함께 나왔다.

    조선일보

    '팔을 들어 올린 남자'(1840년경). 구스타브 쿠르베 자화상으로 추정. 푸른빛 종이에 흑연, 검은색과 흰색 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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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주의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로 추정되는 얼굴도 있다. 전시장의 도입부 ‘더 인간다운, 몸’ 섹션에서 만나는 ‘팔을 들어 올린 남자’가 쿠르베의 자화상으로 전해진다.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쿠르베는 1840~1850년대에 20여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이 작품은 그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쿠르베의 자화상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림 속 남성의 체형과 풍성한 머리 모양이 쿠르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닮았다”며 “팔과 상체의 근육을 강조한 자세, 손끝을 바라보는 긴장감 넘치는 남자의 시선에서 쿠르베만의 특징이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한 관람객이 전시장에 나란히 걸려 있는 미국 여성 화가 메리 커샛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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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을 주체적 인간으로 그린 그녀들

    쉬잔 발라동, 메리 커샛, 베르트 모리조…. 여성 화가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선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후반 달라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도 확인할 수 있다. 화가들의 모델에서 스스로 화가로 선 쉬잔 발라동이 대표적이다. 발라동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 속에서 성장했다. 어려서부터 서커스 공연자, 그림 모델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1894년 여성 화가로는 드물게 파리 살롱전에서 입선했다. 남성 중심의 파리 미술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여성을 뮤즈나 엿보는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고 느끼는 주체적 인간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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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잔 발라동, ‘누워 있는 여성’(1928). 캔버스에 유화, 6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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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명하게 채색한 ‘누워 있는 여성’은 여성의 몸을 오랫동안 탐구한 화가의 내공을 보여준다. 그림 속 여인은 자신을 보는 관람자의 시선을 느끼면서, 강렬한 푸른색 눈으로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다. 발라동은 어두운 선으로 몸의 윤곽선을 그리고, 소파 무늬와 비슷한 색으로 피부와 머리카락을 칠하고, 강렬한 선으로 얼굴의 이목구비를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솔직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에는 화가의 모델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발라동은 목욕을 주제로 한 드로잉도 많이 그렸다. 젊은 여성이 침대 발치에 앉아 수건으로 몸을 닦는 ‘목욕한 후’(1893), 사춘기 소녀가 목욕을 준비하고 있는 ‘목욕하기 전’(1908)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두 드로잉 사이에 15년의 간격이 있다. 후기 작품은 윤곽선이 더 두꺼워지고, 명암 표현도 더 부드러워진 점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

    메리 커샛, ‘봄: 정원에 서 있는 마고’(1900). 캔버스에 유화, 67.9×57.8㎝.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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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여성 화가 메리 커샛을 빼놓을 수 없다. 커샛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단에 완전히 스며든 유일한 미국인이었고, 남성 중심 화단에서 자신만의 시선을 표현했다. 주로 어머니와 아이들, 오페라를 관람하는 여인 등 당대 부르주아 여성을 다양하게 그렸다. ‘봄: 정원에 서 있는 마고’는 아이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을 사랑한 화가의 시선을 잘 담아낸 그림. 옷이 흘러내려 한쪽 어깨가 드러난 소녀가 통통한 손에 앞치마를 쥐고 있다. 아이의 피부와 드레스에는 빛이 머문 듯한 생동감이 느껴지고, 화면에는 봄날의 공기가 고요하게 흐른다.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커샛의 그림 속 아이들은 장식적인 존재가 아니라 생각에 잠기고, 어른과 시선을 나누며,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주체로 등장한다”면서 “여성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던 당시 미술의 시선과 분명히 다른 지점”이라고 했다.

    베르트 모리조는 유복한 부르주아 가문 출신 여성이다. 당시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며 화가의 길을 택한 그는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여성의 일상을 많이 그렸다. 근대성을 상징하는 요소로서 패션에 섬세한 감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선명한 초록색 코트를 입은 여성의 초상화를 준비하며 그린 습작을 볼 수 있다.

    로버트 리먼 컬렉션展

    설 당일 17일만 휴관

    ▲전시명: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장소: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간: 3월 15일까지

    (연휴 중 설 당일 17일만 휴관)

    ▲주최: 조선일보사·국립중앙박물관·메트로폴리탄박물관

    ▲문의: 1644-7169

    ▲입장료: 성인 1만9000원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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