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데뷔 20주년 맞아 첫 에세이 ‘오늘도 마음의 소리’ 낸 조석 작가
11일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만난 웹툰 작가 조석. 20년간 웹툰을 연재하며 단 한 번도 마감에 늦은 적이 없다. 연재 일정도 빡빡해 ‘워커홀릭’이라고도 불린다. /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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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조회 수 70억회, 누적 댓글 수 1500만개, 회당 평균 조회 수 57만회, 한국 최장수 연재 웹툰 기록을 세운 네이버웹툰 ‘마음의소리’의 조석(43) 작가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현재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유명한 K웹툰 시장을 개척한 ‘개국 공신’ 중 하나로 통한다. 자전적 에세이 ‘오늘도 마음의 소리’(웅진지식하우스)를 쓴 그를 11일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만났다.
수많은 그의 기록 중 전무후무할 듯한 기록은 ‘20년간 지각 0회’다. 건강이 망가져 일찍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 만화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제시간에 맞춰 만화를 보여드리는 것도 만화를 보는 중요한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20년 차라는 생각보다 ‘경력만큼 내가 잘하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다른 장르도 그려 보았지만 조석의 대표작은 ‘마음의소리’같은 이른바 ‘개그 웹툰’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개그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했다. 우선 20년간 독자들의 성격이 변했다. 함께 보던 TV가 사라지고 각자 보는 유튜브가 커졌다. 독자들의 취향은 점점 파편화됐다. “개그의 전제는 공감이어야 하는데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보편적인 공통 경험이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게 스마트폰밖에 없다 보니 개그는 어려워진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패러디물이 사라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혹여 이 개그가 누군가를 비하하진 않는지, 성평등 또는 차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도 고민해야 하다 보니 조금 더 엄숙해지고 소재가 줄어든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마음의소리’가 완결된 2020년, 황금 감사패부터 네이버 포털 메인에 완결 축전이 올라가는 등 웹툰 역사상 가장 성대한 완결 행사가 열렸다. 이후 그는 스릴러 장르 웹툰 ‘행성인간’ ‘묵시의 인플루언서’ 등을 그렸다. 2023년부터 작년까지 ‘마음의소리2′를 그렸고 현재 초단편 ‘마음의소리(였던 것)’을 연재 중이다. 주변에서 ‘마음의소리’로 돌아온 이유를 많이 묻는다. 그때마다 “‘마음의소리’가 아니면 갈 곳이 없었어요. 인기가 떨어져서 돌아왔습니다”라고 답하면 다들 웃고 난 뒤 진짜 돌아온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어? 진짜 인기 떨어져서 다시 그리는 건데. 농담인 줄 아네….” 개그 만화가의 비애가 느껴졌다.
11일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신간 에세이 '오늘도 마음의 소리'를 낸 웹툰 작가 조석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2.11. /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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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에세이를 쓰면서 ‘만화가 글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은 버렸다고 한다. “글은 ‘슈욱 쾅’ 세 글자를 쓰면 될 걸 만화가는 액션 장면을 다 그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써보니 ‘슈욱 쾅’을 글로 쓰는 게 너무할 정도로 어렵더라고요? 제가 놀렸던 글 작가 형한테 미안해졌어요.” 이번 에세이에 ‘질투’ 같은 나쁜 원동력이 아닌 각자만의 좋은 원동력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첫 달 원고료 20만원을 받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그의 마음을 솔직하게 녹였다.
에세이엔 그의 만화처럼 유쾌한 에피소드도 많다. ‘조석’이라는 이름 때문에 검색어 라이벌이 주로 날씨(조석 예보)였는데,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님의 라이벌이 누구인가요?” 하는 질문을 받았다. 달이 지구를 당기는 힘, 조석 현상을 설명하려던 그는 이렇게 말해버리고 만다. “인간 중에는 라이벌이 없다.”
네이버웹툰 '마음의소리' 속 조석(오른쪽)과 아내 애봉이/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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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각에선 웹툰판에 무협·판타지·로맨스 등 소수 장르가 지배적이라 다양성이 줄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석은 동의하지 않았다. 어느 시기든 유행 장르가 집중되는 시기가 있었다는 것. “어떤 히트작이 나오면 비슷한 작품들이 뭉쳐 나왔다가 질릴 때쯤 다시 흩어지곤 해요. 앞서 스릴러·학원 액션물 등이 그랬던 것처럼요. 조만간 다른 히트 장르가 나오면 또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웹툰이 영화·드라마 등 2차·3차 창작으로 자주 이어지는 것도 이런 역동성 때문이라고 했다. 소비자가 어떤 작품을 원하는지 가장 세밀하고 다양하고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
웹툰은 AI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심한 장르 중 하나다. 조석은 AI 활용이 늘어야 한다고 했다. “AI를 만화의 수준을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 도구로 썼으면 좋겠어요. 소규모 인원이 AI로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상상도 해봅니다. 많은 만화가에게 애니화는 정말 ‘꿈’의 단계거든요.”
조석 작가의 첫 에세이 '오늘도 마음의 소리'/웅진지식하우스 |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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