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다행으로 생각…상식적인 행동 평가”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담보 조치 강구” 경고
“문제는 중대 주권침해 행위가 한국발로 감행”
“재발하면 혹독한 대응…비례성을 초월할 것”
지난 1월1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주장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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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무인기 침투 사건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유감 표명을 두고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다만 무인기 침투의 주체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재발 방지를 거듭 촉구했다. 북한이 긴장 완화를 위한 남측의 유감 표명에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도,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라 거리를 두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2일 ‘한국 당국은 주권침해 도발 방지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고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한국 무인기의 북한 침투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사실을 언급하며 “다행으로 생각한다”라며 “이를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당시 “이번에 일어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무인기 사건과 관련한 정부 고위 당국자의 첫 유감 표명이었다.
김 부부장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재차 촉구했다. 김 부부장은 “한국 당국은 자초한 위기를 유감 표명 같은 것으로 굼때고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 영공 침범과 같은 엄중한 주권침해 사건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며 “한국 당국이 내부에서 어리석은 짓들을 행하지 못하도록 재발 방지에 주의를 돌려야 할 것이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방공망이 취약하고, 무인기를 통해 전단 살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인기 자체가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정 장관의 유감 표명을 ‘인정’과 ‘사과’로 간주해 수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 부부장은 한국 정부가 무인기 침투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 장관의 유감 표명을 인정과 사과로 갈음하면서 다음 단계인 재발 방지책 요구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한국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남북 대화 등 관계 개선에는 기존처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부장은 무인기 침투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관심도 없다”라며 “문제시하는 것은 우리 국가의 영공을 무단 침범하는 중대 주권침해 행위가 한국발로 감행됐다는 그 자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신성불가침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 사건이 재발하는 경우 반드시 혹독한 대응이 취해질 것임을 예고해 둔다”라며 “여러 가지 대응 공격안들 중 어느 한 안이 분명히 선택될 것이며 비례성을 초월할 것”이라고 했다. 무인기 침투 등 주권침해 행위가 재발하면 같은 수준 이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뜻이다. 향후 경미한 갈등이 불거졌을 때 군사적 행보를 위한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 모두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의 메시지가 나왔다면 유화적인 호응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는 한국 책임론을 확정하고 재발을 경고하는 일방향적 성격”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두고 “북한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우발 사태 방지를 위한 남북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라고 밝혔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입장 표명에 유의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변인은 최근 무인기 침투 사건이 ‘북한 체제 인정’,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 등 “3대 원칙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정부는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있으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의 재발 방지 대책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군사합의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또 이러한 무인기 사태 같은 것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유효한 합의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부분은 조속히 복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관계기관 간의 그런 부분이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실제 비행금지구역 조항 복원하는 방안을 두고 내부에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무인기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비행금지구역 조항 복원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남북 간 소중한 평화를 해치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라며 “남북이 상호 소통을 통해 긴장을 완화함으로써 신뢰와 관계를 회복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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