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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기자수첩] 커지는 트럼프 불확실성, 기업엔 '관세 보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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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대건 기자]
    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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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끝난것처럼 보이든 미국발 관세 공방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7월 관세협상을 타결했고 10월 APEC에서는 세부사항까지 합의하며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당시 정부는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IEEPA 관세를 위법·무효로 판결하면서 판이 다시 뒤집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15% 관세 부과와 301조 조사 개시를 예고했다. 이 15% 마저도 기존 10%로 정했지만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제 관세는 변수가 아니다.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상수가 됐다. 업계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한결같다. 관세율이 15%든 25%든 정해지기만 하면 공급망을 조정하고 투자를 재배치할 수 있다. 정작 기업을 멈추게 하는 것은 '내일을 알 수 없다'는 사실 그 자체다.

    정부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산업부 장관이 수차례 방미하고,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대통령도 더나은 결과를 촉구했고, 삼성전자 등 기업 총수들까지 나섰던 관세 협상 과정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산업부가 관세 관련으로 낸 보도자료만 100건에 가깝다. 정부도 지금 상황의 답답함에 지난 주말에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며 기업들을 안심시켰다.다.

    하지만 관세를 마음 가는 대로 바꾸는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우리 정부를 향한 답답함이 더 클 수 있다. 1년 전이라면 "긴밀히 소통하겠다"를 믿고 기다렸겠지만, 타결까지 했던 합의가 흔들리는 지금은 그 말이 안심이 아니라 불안으로 들린다.

    물론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무역보험 270조원 규모 지원책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피해가 발생한 뒤 보험 한도를 올리고 금리를 깎아주는 것은 응급처치다. 응급처치도 쉴 틈에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사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중국은 방패 쳐줬고, 독일은 위험을 인수했다

    참고할 사례가 있다. 중국은 2019년 트럼프 1기 관세 폭탄에 맞서 국영 수출보험공사 시노슈어(SINOSURE)의 보험 인수 한도를 늘리고 보험료를 낮추라는 특명을 내렸다. 자국 기업의 대미 수출 리스크를 최대 95%까지 보장하는 사실상의 '관세 방탄조끼'다.

    또 2024년에 EU 전기차 관세 등 서방의 공급망 감축 압박에 대응해 전기차·배터리·태양광 기업에 전례 없는 수준의 수출보험을 제공했다. 중국 기업들이 지금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버틸 수 있는 건 경제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국가가 먼저 방패를 쳐줬기 때문이다.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사진: 디지털투데이]


    독일의 헤르메스 커버(Hermes Cover)는 접근이 다르다. 관세 급변, 수입 금지, 전쟁 등 민간 보험사가 상품화할 수 없는 정치적 리스크를 국가가 보증하는 구조다. 기업이 소액의 수수료만 내면 국가가 위험을 인수한다. 독일 경제의 허리인 중소·중견 강소기업(미텔슈탄트)은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자금력이 부족한데, 이 제도 덕분에 대기업처럼 해외 시장에서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

    한국도 관세 차액의 일부를 보전하거나, 수출보험의 범위를 '관세 리스크'까지 확대하는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결과적으로 기업이 이익을 거뒀다면 그때 환수하면 된다. 보험료를 받아도 된다. 관세 변동성이 큰 업종의 신청 기업에 특별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가능하겠다.

    불확실성을 없앨 수 없다면, 그 불확실성을 견뎌낼 방탄조끼를 우리 기업에 입혀주는 것이 글로벌 시대 정부 역할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을 위해 다른 나라에 관세 폭탄을 던졌듯 말이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이 할 트럼프 걱정을 덜어줄 '관세 보험'은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니라, 이미 주요국이 실행하고 있는 안전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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