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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달 23일과 26일 각각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재편과 인공지능(AI) 사업 공식화에 나선다. 두 회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후 열리는 주총인 만큼 이번 안건들은 단순한 절차가 아닌 향후 경영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네이버는 재무 컨트롤타워를 이사회 전면에 세우고, 카카오는 슬림해진 이사회로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네이버, 10년 만에 CFO 이사회 입성…M&A 확대 포석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이번 주총의 핵심은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네이버에서 CFO가 본사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2016년 2월 퇴임한 황인준 전 CFO 이후 약 10년 만이다.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의 자리를 대신해 이사회는 기존 7인 구성에서 사내이사 3인·사외이사 4인 체제로 바뀐다.
선임 배경에는 이해진 의장 복귀 이후 본격화된 공격적 인수·합병(M&A) 기조가 있다. 지난해 왈라팝 잔여 지분 인수와 두나무 100% 자회사 편입에 이어 올해도 피지컬 AI·핀테크·웹3 분야 추가 인수합병을 예고한 상황이다. 투자 확대 국면에서 CFO를 이사회에 올린 것은 자금 집행과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경영진 내부가 아닌 이사회 레벨에서 공유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후속 작업, 주주 가치 희석 우려 관리 등 재무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합병 교환비율을 1대 2.54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가 과도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후속 주주 소통과 가치 방어가 김 CFO의 당면 과제다.
네이버 이사회는 추천 사유로 글로벌 투자 전략과 재무 건전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사회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김 CFO는 이미 국내외 계열사 11곳에서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겸직하며 그룹 재무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가 취임한 2025년 네이버는 연결 기준 매출 12조350억원, 영업이익 2조208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형 M&A가 잇따른 상황에서도 재무 건전성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관 개정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기존 '회사'에 더해 '주주'를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 판단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직접 고려해야 한다는 책임을 이사회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상법 개정에 따라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도 삭제된다. 소수주주가 원하는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장치가 10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이사 보수한도는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린다. 최고경영자(CEO)·CFO의 주식보상 비중 확대에 따른 지급 변동성 확대와 역대 최대 실적이 증액 근거로 제시됐다. 2025년 주당 배당금은 2630원으로 전기(1130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배구조 책임 강화와 함께 배당 확대를 병행한 것은 투자 확대 국면에서 주주 신뢰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카카오, 정신아 2기 출범…이사회 줄이고 AI에 속도
카카오 주총의 초점은 정신아 대표의 연임 확정이다. 정 대표는 2024년 3월 취임 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94개로 약 30% 줄이고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48% 끌어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매출 8조991억원·영업이익 7320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 이사회는 지난달 11일 재선임 안건을 먼저 의결해 주총에 상정했다. 재선임되면 임기는 2028년 주총일까지 2년 연장된다.
2기에서 정 대표의 무게중심은 '쇄신'에서 '성장'으로 이동한다. AI 수익화와 투자 성과가 핵심 과제다. 오픈AI와 구글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중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출시하고 AI 에이전트 기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이번 주총에서는 정관에 '인공지능 개발 및 이용업' 등 AI 관련 사업목적 3개를 공식 추가한다. 카카오가 AI를 핵심 사업으로 명문화하는 첫 번째 절차다.
이사회는 8인에서 6인으로 줄인다. 조석영 사내이사와 최세정·박새롬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자리를 비우고, 신규로 김영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합류한다. 김 교수는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 재무 석사 출신으로 기술경영과 금융경제 양면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외이사 비중은 62.5%에서 67%로 높아진다. 쇄신 국면에서 벗어나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사회 규모를 줄여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카카오엠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기주식 142만723주(0.32%)를 소각하고, 자본준비금 1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 일반 개인주주에게는 원천징수 없이 배당금 전액이 지급되는 효과가 있다. 주당 배당금은 전기(68원) 대비 10% 인상된 75원으로 결정됐다.
결국 이번 주총은 두 회사 모두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이사회를 재정렬하고, AI 전략을 정관에 고정시키며 주주환원으로 정당성을 보강하는 일련의 패키지로 읽힌다.
네이버는 M&A 확대 국면에 맞춰 재무 책임자를 이사회에 올렸고, 카카오는 쇄신 과제를 마무리하는 대신 이사회 규모를 줄여 실행 속도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 구조 정비는 이번 주총으로 마무리되지만 두 회사 모두 올해 안에 AI 서비스의 수익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는 주총 이후에도 남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이사회와 지배구조를 손질하고 AI 사업에 명분을 얹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이번 주총이 분기점이 되겠지만, 진짜 평가는 연내 AI 서비스의 수익화 여부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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