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이날 “중재판정부는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의 조치를 전반적으로 합법적이고 적법한 권한 행사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쉰들러가 요구한 32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물지 않게 됐고, 소송 비용 약 96억원도 쉰들러 측에서 돌려받게 됐다.
이 사건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가 2018년 한국 정부에 약 5000억원 규모 ISDS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쉰들러 측은 2013~2015년 진행된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이를 방치해 부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8년간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배상 청구액은 32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중재판정부는 먼저 금감원의 조치에 대해 쉰들러가 구체적인 증거 없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유상증자 주관사의 실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증권 신고서를 수리한 것은 통상적이고 합법적인 조치라고 봤다. 신문 기사나 온라인 루머만으로 기업 전면 조사에 착수할 수는 없고, 쉰들러에게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요구한 것도 한국 법에 따른 합리적인 재량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내국인 민원인과 쉰들러를 차별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공정위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중재판정부는 공정위가 콜옵션 가격의 적정성 등을 검토한 뒤 내린 무혐의 결론이 한국 법에 근거한 적법한 처분이라고 봤다. 쉰들러가 문제 삼은 포렌식 자료 검토 방식 역시 통상적 관행에 따른 합리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금융위 관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재판정부는 쉰들러가 민원을 잘못된 부서에, 그것도 한국어가 아닌 영문으로 보내 형식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회신하지 않은 것이 투자협정 위반이라는 쉰들러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재판정부는 특히 한국 정부가 현대그룹 측을 부당하게 비호하거나 악의를 갖고 규제권을 남용했다는 쉰들러 측 주장에 대해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중재판정부는 규제당국이 권한 남용 없이 선의로 취한 합법적 규제 조치를 중재판정부가 함부로 재심사하거나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했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결과에 불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국제투자중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국제법적으로 확인한 기념비적 판시”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ISDS 본안 심리에서 전부 승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법무부는 쉰들러 측이 국제 규칙에 따라 중재지인 프랑스 파리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법무부는 취소 소송이 제기될 경우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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