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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단독] “드루킹이 총영사 청탁한 거면, 난 총리 요구할 정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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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명박 캠프 사이버 팀원 ㄱ씨의 고백

오세훈·이명박 캠프 18·19대 총선 등

선거 때마다 늘 댓글 조작·흑색선전…

늘 해왔던 일…드루킹 뭐가 대단한 건지…

오세훈 캠프 시절 매크로 처음 사용

이명박 캠프 땐 ‘좀 한다’는 4명 파견

MB, 감사장 주고 취임식 초청도



한겨레

ㄱ씨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감사장(왼쪽). ㄱ씨는 2010년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으로도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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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 ‘매크로’로 여론 조작을 하고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한 거면 글쎄요, 나 같은 경우는 국무총리를 시켜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겠네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서 일했던 ㄱ씨는 1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드루킹이 벌였다는 여론 조작의 수준과 선거 기여도에 대해 ‘매크로 전문가’로서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새누리당 내내 선거 때마다 늘 해왔던 일인데, 뭐 그렇게 대단한 취급을 받으려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매크로를 통한 불법 여론 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은 최근 한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한나라당 측 선거 관계자로부터 2007년 대선에 사용되었던 ‘댓글기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2007년과 2012년 대선의 패배가 이 댓글기계부대의 맹활약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드루킹이 말한 그 댓글기계부대의 주요 당사자였다.

ㄱ씨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캠프를 시작으로 2007년 대선 이명박 캠프, 2008년 18대 및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의 굵직한 선거에서 ‘온라인 대응’ 업무를 담당해왔다고 했다. ㄱ씨는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이었고, 2008년 1월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무대는 다음 아고라, 네이버, 트위터, 카카오톡 등으로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비슷했다. 부정 여론을 밀어내고, 댓글을 조작하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하고, 검색어를 교체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ㄱ씨는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 매크로는 늘 통했다”고도 덧붙였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인터넷팀’에 배치된 그는 “인원은 꽤 많았지만 선거구도가 워낙 (오세훈 후보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할 일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오 후보의 정수기 모델 이력을 비판하는 기사나 댓글에 ‘오세훈 잘생겼다’ 같은 댓글을 달고 상대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 기사에는 ‘춤이나 춰라’ 같은 비방 댓글을 달았다”며 “게임을 하느라 익혔던 매크로를 공식 선거 조직에서 썼던 첫 선거였다”고 했다. 이후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단 소문이 나고 당 안팎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짜달라’는 요청이 잦았다고 한다.

2007년 대선은 치열했다. ㄱ씨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이명박 후보는 워낙 약점이 많았죠. 당 안팎에서 저를 포함해 ‘인터넷 좀 한다, 네거티브 대응 잘한다’는 4명이 이명박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 파견됐어요. 공식 선거 사무실이 아닌 여의도 다른 빌딩 1층 맨 안쪽에 자리를 잡았죠. 가장 많이 했던 일은 ‘이명박’ 또는 ‘엠비’(MB) 연관 검색어를 내리고 올리는 일, 그리고 댓글을 다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비비케이’(BBK) ‘대운하’ ‘내곡동’ ‘재산형성’ ‘다스’ 등 엠비 관련 부정 검색어들을 ‘현대건설’ ‘자수성가’ ‘신화는 없다’ 등의 긍정 검색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네이버 메인 화면 등에 뜨는 후보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ㄱ씨는 댓글 조작과 관련해 구체적 정황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국 42개 대학 총학생회장 이명박 지지 선언’을 두고 인터넷에 가짜 논란이 일었다. “지지 선언도 가짜로 하느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명박 지지 선언 진위 논란 기사에 집중적으로 매크로를 돌려 “정동영은 노인 폄하 발언이나 해명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비비케이 의혹도 집중 방어 대상이었다. 비비케이 의혹의 경우 워낙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위에서 ‘댓글 보기 싫으니까 어떻게든 해봐’ 하면, 미리 확보된 아이디로 매크로를 돌려 안 보이도록 밀어냈다”고 했다. 드루킹이 했던 것처럼 공감 수와 호감도를 조작해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는 작업에도 매크로가 활용됐다.

엠비가 대통령이 되고 ㄱ씨는 “당선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장을 받고 취임식에도 초청”됐다. 아버지가 가게를 열었을 때는 엠비가 직접 청와대 마당에서 키웠다는 난을 보내주기도 했다.

당내 선거에서도 매크로는 일상적으로 쓰였다.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당시 한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ㄱ씨는 캠프 상관이었던 상황실장으로부터 “네이버 등 포탈사이트 검색 1순위 작업 대책 시행 바람”이란 지시를 받고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상황실장은 “매크로 했니?”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한다. ㄱ씨는 “당시 상대 후보의 부정 이슈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리기 위해 매크로를 활용해 계속 검색이 이뤄지도록 조작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모시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2012년 여의도를 떠났다. ㄱ씨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응이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제보를 결심한 이유다. ㄱ씨는 “선거 때마다 매크로를 써왔던 자유한국당이 매크로를 전혀 몰랐던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며 “2006년 이후 내가 참여했던 캠프에서는 매크로를 쓰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완 박준용 오승훈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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