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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구글 안드로이드 차단 대비 화웨이 ‘플랜 B’ 제대로 작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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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CCTV는 19일 저녁 7시 메인뉴스에서 ‘화웨이(華爲), 막다른 길에서 반격’이라는 논평을 통해 위기에 대비한 화웨이의 플랜B를 극찬했다.

CCTV 논평은 "화웨이의 미국산 기술⋅부품 구매를 금지하는 미국 정부의 조치는 화웨이의 명맥을 끊고 중국 첨단기술 발전을 억제해 미국의 글로벌 기술 패권 지위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하지만 워싱턴이 생각지 못한 건 화웨이가 10여년간 준비해온 플랜 B를 이미 신속하게 가동해 화웨이 대부분 제품의 전략적인 안전과 지속적인 공급을 보장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산 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하루 뒤인 지난 16일 상무부가 화웨이와 그 계열사 68곳을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한 데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올 1분기 애플을 제치고 1위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른 화웨이가 1987년 창사이래 최대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관건은 화웨이의 미국 매출보다 미국 기업의 부품을 받지 못해 생기는 타격의 수준에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화웨이의 미국 매출은 전체 매출 1070억달러(약 128조원)의 0.2%(2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700억달러(약 84조원)어치의 부품과 부속품을 사들였는데 이 가운데 15.7%인 약 110억달러(약 13조1000억원)어치는 퀄컴 칩,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사들였다.

특히 미국 정부의 조치에 따라 구글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이전이 필요한 화웨이와의 비즈니스를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구글의 이번 조치에 따라 화웨이는 즉각적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한 접근을 상실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CCTV 논평은 "화웨이가 미국의 극한 교살(絞殺)에 대비해 오랜 동안 안정속에서도 위기를 염두해두고(居安思危) 준비해와 막다른 길에서 멋진 반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기업과 기업인의 이같은 정신은 중국이 과학기술의 높은 봉우리를 끊임없이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라며 "마지노선의 사유를 견지하고 자신의 일을 잘 하면 어떤 봉쇄 압력도 뚫을 수 있고 비바람 뒤에는 무지개가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선일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가 선전 본사에서 18일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제재에 이미 대비해왔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


화웨이 플랜 B 핵심은 스마트폰용 칩과 OS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조치를 예상하고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준비해왔다. 퀄컴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우리에게 반도체를 팔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런정페이 CEO는 3월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애플에 5G(세대) 모뎀칩을 판매할 수 있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었다.

지난 17일엔 하이실리콘의 허팅보(何庭波) 총재가 새벽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우리가 극한 생존을 가정해 준비해 온 비상 타이어가 하룻밤새 정규 타이어가 됐다"며 "수년간의 노력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실현할 수 있게했다"고 자평했다.

중국 재계의 ‘빅마우스’로 불리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책임자인 위청둥(餘承東) 소비자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올 3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자체 스마트폰용 OS 준비를 마쳤다고 언급한데 이어 17일 허팅보 총재의 서신을 링크하면서 자체 칩 뿐아니라 OS 핵심능력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MS가 독자적인 스마트폰 OS를 추진했지만 사실상 실패하고 애플과 구글이 시장을 양분한 것은 화웨이의 독자 OS 생존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의 OS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애국심에 기대 화웨이 독자 OS 기반의 스마트폰을 계속 쓸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OS가 기존 앱 사용과 업데이트 과정에서 에러 발생 가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플랜B가 제대로 작동할 지 두고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화웨이의 미국 의존도는 적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화웨이와의 신규 거래는 사실상 중단시켰지만 기존 통신망 운용과 장비 공급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90일짜리 임시 거래 면허 발급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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