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명길 대표 “미국 준비 안돼”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에
화답 있어야 다음 단계 논의 강조
최종 목표로 생존권·발전권 강조
안전보장 위해 한미훈련 중단과
대북 제재 해제 2가지 구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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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종료 직후인 5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각) 김명길 북쪽 수석대표가 주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읽은 성명의 한 구절이자 북쪽 협상안의 핵심이다. 미국의 ‘말’이 아닌 ‘행동’이 있어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쪽이 ‘(비핵화 최종 목표가 담긴) 포괄적 합의’를 위한 “밀도 높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북쪽은 ‘(상호 신뢰 수준에 맞춘) 단계적 합의·이행’ 접근법을 전제로 본격 협상에 앞선 ‘초기 신뢰 조성 상응 조처’를 촉구한 셈이다.
김명길 수석대표는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아 “매우 불쾌”하다며 “결렬”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고 강조해, 협상 궤도 이탈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국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더 숙고해볼 것을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압축하면 미국이 행동으로 “성의 있게 화답”할 때까지 추가 협상에 나서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북쪽이 ‘본격 협상’에 나설 가늠자로 삼은 미국의 ‘성의 있는 화답’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다. 김 수석대표는 성명에서 세가지를 예시했다.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1차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①“15차례 (추가 대북) 제재 발동” ②“(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한-미) 합동군사연습 재개” ③“조선반도 주변 첨단 전쟁 장비” 반입으로 “우리(북)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③은 ②에 딸린 문제라 ‘제재’와 ‘군사훈련’이 중요하다.
‘제재’와 ‘군사훈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차례 정상회담을 포함한 합의·약속의 측면에서 그 위상이 크게 다르다. ‘제재’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화 또는 해제를 한번도 공식 약속한 바 없다. ‘제재’ 문제에 대한 북쪽의 접근법은, 비록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내놓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유엔 5개 제재 결의 해제 ‘교환’ 방안이 큰 틀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김명길 성명은 ‘미국이 상응 조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조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9·19 평양공동선언의 연장선에 있다”고 짚은 까닭이다.
반면 ‘군사훈련’은 한-미의 중단 선언으로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의 마중물이 됐고, 싱가포르 회담 당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단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한-미는 지휘소 훈련을 재개했고, 대대급 이하 연합훈련도 지속했다. 북한이 5월4일~9월10일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를 쏘고 지난 2일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며 격하게 반발한 대상도 한-미 군사훈련이다.
더구나 한-미 군사훈련 지속은, 군수공업 부문까지 민수 경제에 동원하며 ‘경제 집중’ 전략 노선을 강조해온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기반을 훼손하는 ‘국내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6일 “김 위원장으로선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확실하게 약속받지 않은 상황에서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게 위험하다고 본 듯하다”며 “김명길 성명의 ‘성의 있는 화답’의 합리적 핵심은 군사훈련 중단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고 짚었다.
김명길 수석대표는 성명에서 미국의 최종 목표인 ‘완전한 비핵화’에 맞물릴, 북쪽이 염두에 둔 최종 목표도 언급했다. “생존권”(안전보장)과 “발전권”(모든 제재 해제 등) 보장을 강조하며, 미국이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북한은 6일 저녁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추가로 내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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