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논란에 "제 나이가 50…세습이니, 아버지의 뜻이니 말하면 정말 섭섭"
문희상 국회의장의 장남 석균씨가 11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아버지의 길을 걷겠다"며 4·15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석균씨가 펴낸 책 제목은 '그 집 아들'이다. 그러면서 석균씨는 "아빠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했다. 문 의장이 작년 연말 야당 반대 속에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강행 처리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아빠찬스 OUT'이라고 써 있는 피켓을 들고 "아들에게 지역구 자리를 물려주려고 문 의장이 여당 편을 든다"고 주장했다. 석균씨는 문 의장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석균씨는 "선출직에 세습이란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은 공당과 의정부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이 11일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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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이날 오후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신한대학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누구보다도 아버지의 오랜 정치 인생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배우고 체득했다. 올바른 정치, 공정한 정치, 서민들을 위한 정치에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문씨는 의정부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의정부에 있는 서점 숭문당을 아버지에게 물려 받아 운영해왔다.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을 지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출판기념회에는 민주당 3선 중진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과 임창열 전 경기지사, 안병용 의정부 시장, 김충환 의정부경찰서장, 경기 의정부을 재선 국회의원 출신 강성종 신한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축하 화환을 보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홍근 의원 등은 동영상 축사를 보냈다.
문씨는 '지역구 세습 논란'을 의식한 듯 "제 나이가 올해 (한국나이로) 50살이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라며 "50살이나 돼서 세습이니, 아버지 뜻으로 (정치를) 하는 것처럼 말하면 정말 섭섭하다"고 했다. 그는 "아빠 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며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야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석균씨가 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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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소상공인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몇 주 전 인터넷에 실시간 검색어로 내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알 수 없는 전화번호로 연락이 수백통 쏟아졌는데 대부분 기자들이었다"며 밝혔다. 이어 "기자들은 '정치를 왜 하냐'고 물어왔는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얘기하겠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서민들을 위한 정치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숭문당은 의정부 랜드마크로 매출도 잘 나왔는데, 어느 날 역전에 대형서점이 생긴 뒤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매장도 1개층만 쓰게 됐다"며 "정치가 소상공인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축사에서 문 의장과 인연을 언급했다. 정성호 의원은 "저는 여러분이 사랑하는 어느 분(문 의장)과 인연이 돼서 정치를 시작했고, 20년 전 양주시에 처음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며 "최근 이런저런 말이 있었지만, '누구의 아들 문석균'이 아닌 '문석균'을 봐 달라"고 했다. 강성종 신한대 총장은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않은 문 의장을 언급하며 "그분을 위해 큰 박수를 부탁한다"고 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문 의장은 문석균의 생부이자, 나 안병용의 정치적 아버지"라며 "문석균은 훌륭한 정치인의 아들로서 훌륭히 정치를 펼칠 열정과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나는 (문 의장과) 가족"이라며 "그 집 주인어른(문 의장) 만나서 30여년간 고락을 함께해왔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영상 축사에서 "(책 제목인) '그 집 아들', 뉘집 아들입니까? 바로 6선 국회의원 아버지 문희상 의장님 아들"이라며 "그 동안 집안에서 얼마나 제대로 정치를 배웠겠느냐"라고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도 동영상 축사에서 "문 의장과 저희 아버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 시대부터 청와대까지 함께 정치를 한 동반자였다"며 "석균씨는 김대중의 정신과 철학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젊은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김 전 대통령 가신(家臣) 그룹인 동교동계 출신이다.
문씨도 책 '그 집 아들'에서 자신이 정치를 하겠다는 이유를 밝히면서 아버지 문 의장을 언급했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분식점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숭문당집 아들인 나는 서점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문희상 아들인 나는 지금 정치를 하려 한다. 6선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아들이 평생 보고 들은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지난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사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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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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