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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가학·변태 성향 이춘재 비정상은 맞는데, 사이코패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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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자신 범행에 별 관심 안둬"

이 "8차 사건 범인 검거도 소문으로 들었다"

조선일보

박준영 변호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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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정상이 아닌 것은 맞는데, 과연 경찰 발표처럼 사이코패스일까?”

경찰이 2일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30여년만에 ‘살인의 추억’이 종결됐다. 이런 가운데 이춘재가 저지른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3)씨의 재심을 대리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가 경찰의 발표에 의견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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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윤모씨(왼쪽 두번째)가 작년 11월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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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춘재를 정상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 다만 경찰의 보도자료처럼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성향’으로 단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춘재가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 및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이 재수사 과정에서 이춘재를 조사해 윤씨의 재심 법정에 제출한 조서 내용을 근거로 “이춘재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가 공개한 조서 내용을 보면 이춘재는 1988년 9월 발생한 화성 8차 사건 이듬해에 범인으로 윤씨가 잡혔을 당시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범인으로 장애인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어떤 사건인지 모르는데 여러 건 중에서 모방(사건)으로 해결된 건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그게 어떤 사건인지) 관심을 갖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사느냐. 무관심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오다가다 얘기만 들었지 찾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8차 사건의 범인이 검거됐다는 얘기는 들었느냐”고 묻자 “뉴스에서 본 것은 아니고, 당시 각종 소문과 유언비어가 돌았는데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누가 잡혀가서 초주검이 돼서 풀려났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 소문 중에 모방범죄라고 장애인이 잡혀갔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진짜인지 아닌지는 잘 몰랐다”고 답변했다.

특히 이춘재는 “실제 장애인인 이 사람(윤씨)이 징역을 살았다는 것도 이번 조사과정에서 처음 들었고, 형사들에게 ‘얼마나 (징역을) 살고 나갔느냐’고 물어봤지만 처음에는 알려주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가 자신의 존재감 등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했다면, 자신이 저지른 범행 관련 보도에는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사체 훼손이 방식이 대담한 점 등이 범행과 존재감의 과시로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사건에 별 관심이 없고 피해자가 젊은층에 한정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가학적·변태적 성향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 글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의 비판과 지적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춘재는 윤씨의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8차 사건의 진범은 윤씨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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