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최숙현 선수의 경주시청 팀 동료 ㄱ씨의 계좌 거래 내역. ‘팀닥터’ 안모 치료사 등의 계좌로 입금한 기록이 담겼다. ㄱ씨 변호인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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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동료들이 ‘팀닥터’ 안모씨와 감독 김모씨에게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갈취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팀 주장 장모 선수가 최 선수에게 동료를 괴롭히도록 지시하는 등 팀 내 가혹행위가 빈번했던 정황도 녹취를 통해 확인됐다. 변호인단은 안씨 등에 대해 사기, 사기죄 방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ㄱ씨 등의 거래내역에는 안씨와 장 선수의 계좌로 입금한 내역이 담겼다. ㄱ씨는 안씨 계좌로 2016년 9월~2018년 10월 13차례에 걸쳐 1150여만원을 보냈다. 장 선수 계좌로는 2016년 10월~2018년 10월 7차례에 걸쳐 490여만원을 보냈다.

동료선수였던 ㄴ씨는 2018년 4월~2019년 11월 12차례에 걸쳐 930만원 상당의 금품을 안씨에게 보냈다. 안씨에겐 ㄴ씨 어머니 이름으로 3회에 걸쳐 230만원가량이 송금되기도 했다. 또 ㄴ씨는 장 선수 계좌로 27번 입금해 모두 1030여만원을 보냈다. ㄱ·ㄴ씨가 보낸 금품 규모는 총 3800여만원에 달한다.

ㄱ씨 등의 변호인단은 “장 선수는 팀 감독인 김씨 대신에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감독 김씨는 시합비 등 명목으로 매달 선수들에게 돈을 받았다. 훈련비를 시청에서 받고도 받지 않았다며 선수들에게 별도로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주시체육회는 경주시청으로부터 선수 임금과 훈련비 등의 명목으로 연간 9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변호인단은 “안씨도 매달 선수들한테 70만~130만원가량 돈을 받았다. 그러면서 심리치료를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더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9일 검찰에 ㄱ·ㄴ씨의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와 경주시청은 ‘계약 사항 이외의 금품이 오간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라고 밝혔다.

이날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는 장 선수가 최 선수를 상대로 동료 ㄴ씨에 대한 ‘교육’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서 장 선수는 최 선수에게 “잡을 때는 확실히 잡아라. 저거(ㄴ씨) 지금 불쌍하다고 놔두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해당 녹취록은 최 선수가 지난 2019년 3월 장 선수와 대화하면서 녹음한 것이다.

당시 대화를 종합하면, 장 선수가 최 선수에게 ㄴ씨 대상의 교육을 지시한 이유는 감독 김씨의 지적 때문으로 보인다.

녹취록에서 장 선수는 “감독님이 ‘수영 영법을 니가 알아서 고쳐 와라. 고쳐 오면 내가 테스트를 할게’(라며) 쟤(ㄴ씨)한테 경고를 세 번 주셨단다”라고 말한다. 이어 장 선수는 “모든 사람이 지금 (ㄴ씨에게) 다 등을 한 번 다 돌려봐야 돼”라고도 말했다.

감독 김씨가 ㄴ씨를 폭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장 선수는 “(ㄴ씨에 대해) ‘이제는 책임 안 진다’ 그러잖아. 감독님이. ‘내가 욕을 다하고 내가 때리고 내가 관심해서 만들어줬는데 이제는 관심을 차라리 안 주고 나도 책임 안 지고 그냥 날리겠다’라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전·현직 선수 27명 가운데 15명을 상대로 피해 진술을 받은 데 이어 추가로 2명에 대해 피해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조문희·고희진·백경열·윤기은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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