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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책’ 싸고 저자인 유가족·사참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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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진술 조서 등 인용”

사참위, 판매금지 신청

저자 “진실규명 막는 조치”

[경향신문]

경향신문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유가족 박종대씨(56)가 지난달 발표한 책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 - 의혹과 진실·사진>(경향신문 7월27일자 21면 보도)을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했다. 사참위 조사 기록이 책에 인용됐다는 이유다. 박씨는 사참위 결정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사참위는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법에 박씨와 해당 서적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서적인쇄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사참위는 해당 책이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위반에 기한 금지 청구권 및 위원회 조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책에 사참위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조사대상자의 진술 조서 및 사진 자료가 직·간접적으로 인용돼 있고, 일부 조사대상자의 신원도 기재돼 있다는 것이 이유다. 사참위는 자문위원인 박씨가 위원회의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 사참위법 제42조 ‘비밀준수의 의무’를 어겼다고 했다. 이어 책이 조사대상자 등의 보호를 규정한 사참위법 제45조 1항에도 위반됐다고 판단했다. 사참위는 박씨가 진상규명 조사 자료를 유출해 “적정하고 원활한 조사 수행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사대상자의 인적 사항 공개에 따른 인격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2014년 당시 단원고 2학년이었던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인 박씨는 지난 6년간 다수 세월호 자료를 발굴하고 언론 등에 알려왔다. 박씨의 전문성이 인정돼 2018년부터 사참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총 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해양경찰청이나 국가정보원, 청와대,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 여러 국가기관의 자료와 기록 등을 바탕으로 참사 발생 경위와 원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씨는 다음 주 중으로 사참위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씨는 “자문활동을 하며 조사활동을 돕기 위해 확인한 자료 등도 있다. 책에 인용된 자료는 이미 다수 언론에서 관련 보도를 했던 것으로 내용상 완전히 새로운 자료는 아니다”라며 “사실에 반하거나 명예훼손의 취지도 없는데 사참위법에 얽매여서 가처분 소송까지 한 일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년 4월15일이면 세월호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책을 통해 세월호의 진실과 의혹을 알리려는 작업에 제동을 거는 것이 사참위가 지금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16일에 일어났다. 참사 당시 관계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직권남용 등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사참위는 올해 말 공식 활동을 종료한 뒤 백서 작업에 돌입한다. 사참위 자료는 이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다. 사참위 관계자는 “위원회 내부 자료가 전원위원회 의결 없이 외부 유출(책 출판)된 것은 문제”라며 “박씨와 대화 중이지만 가처분 신청은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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