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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흑인 여성 국회의원을 '쇠사슬 노예'로 묘사해 떠들썩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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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극우 성향 잡지가 흑인 여성 국회의원을 쇠사슬에 묶인 노예로 표현해 거센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29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주간지 ‘발뢰르 악튀엘(Valeurs Actuelles·현재의 가치라는 뜻)’은 최근호에서 흑인 여성인 다니엘 오보노(40) 하원 의원을 쇠사슬에 묶인 노예로 그린 일러스트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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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에 묶인 노예로 표현된 흑인 여성 의원 다니엘 오보노/발뢰르 악튀엘


발뢰르 악튀엘은 1966년 창간했으며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 발행 부수는 약 11만부다. 발뢰르 악튀엘은 극우 독자들이 반길만한 인종차별적인 내용의 7쪽 짜리 가상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면서 목에 쇠사슬이 묶인 오보노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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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다니엘 오보노 의원의 모습/AP 연합뉴스


오보노는 아프리카 가봉에서 태어나 11살에 프랑스로 이민을 왔고, 31세에 프랑스로 귀화했다. 프랑스 의회의 다른 흑인 의원들이 대부분 이민자 후손으로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것과 달리 오보노는 아프리카인으로서 정체성이 꽤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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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에서 다니엘 오보노 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오보노는 극좌 정당인 ‘프랑스 앵수미즈’ 소속이고 평소 극우주의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극우 진영에서는 눈엣가시였다. 오보노는 소르본-팡테옹대를 졸업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했으며, 2017년 총선 당시 파리 시내 18개 지역구 중 가장 흑인 주민 비율이 높은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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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흑인을 겨냥해 백인들에게 적대적인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발뢰르 악튀엘의 작년 표지/발뢰르 악튀엘


발뢰르 악튀엘이 ‘쇠사슬에 묶인 오보노’를 보도하자 각계에서 인종차별적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어떠한 인종차별적 행위도 분명하게 비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카스텍스 총리와 에릭 뒤퐁-모레티 법무장관도 비난 릴레이에 참여했다. 당사자인 오보노는 트위터에서 “극단적이고 이상하고 어리석고 잔인하다”고 했다.

발뢰르 악튀엘은 오보노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발뢰르 악튀엘의 부편집장인 튀그뒤알 드니는 오보노에게 사과한 이후 가진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 DNA”라고 말했다. 인종·종교·성별 등을 차별하는 말을 자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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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뢰르 악튀엘의 부편집장인 튀그뒤알 드니/렉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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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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