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안전성ㆍ신뢰도 높이려는 노력"
트럼프 공언에도 대선 전 백신 승인 어려워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 중 한 곳인 사노피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장에서 15일 백신을 제조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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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 기준을 마련해 백악관과 보건부에 제출했다. 이대로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해온 11월 대선 전 '조기 백신 승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백신 개발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대중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FDA가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2일(현지시간) "FDA가 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의 문턱을 높인 지침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긴급승인은 백신 효능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감염병 사태가 시급한 경우 제한적으로 정식승인에 앞서 백신을 공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보도된 FDA의 이번 지침에 따르면 긴급승인을 원하는 제약사는 두 번째 백신 주사를 맞은 후 최소 두 달 동안 중간값의 임상시험 참가자를 추적할 것을 요청했다. 임상시험마다 위약을 투여받은 시험군에서 중증환자 5명과 노년층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도 확인할 계획이다. FDA가 전부터 강조한 '백신을 투여한 경우 위약을 투여한 경우보다 감염률이 50% 낮아야 한다'는 기준도 포함됐다. 단순히 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 항체 증가만 보여주는 시험 자료로는 승인할 수 없도록 했다.
이번 지침대로라면 대선 전 백신 승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제약사들이 신청서를 준비하고 기관이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만으로도 11월 3일 대선일까지 마무리가 어렵다. FDA 백신 자문위원회 소속인 폴 오핏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장은 "12월 이전에 긴급승인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FDA의 엄격한 지침은 국민들 사이에서 백신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WP는 "백신 투명성과 대중의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전략으로 코로나19 긴급승인을 거듭 언급하면서 백신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백신이 나오는 즉시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달 새 백신을 바로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수가 53%나 늘었다. 입소스 측은 "인내를 촉구하는 공중 보건 전문가들과 백신 개발의 정치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알렉스 아자르 보건장관과 다른 행정부 관리들이 회의에서 FDA의 제안에 대해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다만 정부가 이 지침을 언제 승인할지, 개정을 요구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거의 700만명을 기록했고 사망자 수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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