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분노, 투표로 표출
플로이드 청소년기 보낸 곳
3개 투표소 기준 사전투표율
2016년 대선보다 650% 폭증
메릴랜드주도 10배가량 증가
미국 내 흑인 공동체의 중심지 중 하나인 텍사스주 휴스턴 ‘서드 워드’(Third Ward).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죽음 이후 서드 워드 사람들은 분노했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이제 투표소로 향한다.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변화를 바라는 서드 워드의 민심이 투표 열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일 보도했다.
서드 워드 3개 투표소를 기준으로 사전투표율은 2016년 대선 때보다 650% 증가했다. 서드 워드에 있는 텍사스서던대의 약학대 학생 J D 폰트놋은 “우리는 투표가 미국에서 흑인의 자유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인근 피프스 워드에 살고 있는 보육노동자 베로니카 매클렌던(53)은 “잠재적 인식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최근엔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이는 흑인들을 투표소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이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엇빌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기 대부분을 서드 워드의 공공주택단지에서 보냈다. “휴스턴 흑인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불리는 서드 워드는 인구 14만명 중 흑인이 67%를 차지한다. 덱스터 페어클로스(35)는 플로이드가 8분46초 동안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뒷목이 눌린 채 죽어가던 모습을 회상하며 “마치 노예들이 구타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백인의) 무기가 채찍이 아니라 무릎과 (경찰)배지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페어클로스는 친구들과 함께 최근 거리를 돌면서 사람들에게 “변화를 원한다면, 투표가 변화를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등록유권자 신분증을 분실해 걱정했다는 아네타 테일러(46)는 대체 신분증에 관한 페어클로스의 설명을 듣고 투표소로 향했다. “평생 첫 투표”라는 테일러의 투표 동기는 분명했다. 그는 “우리는 조지(플로이드)를 위해 투표한다. 우리는 브레오나 테일러(경찰 총격에 숨진 흑인 여성)를 위해 투표한다. 우리는 살해된 많은 흑인들을 위해 투표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흑인 투표율’이 4년 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구조적 인종차별을 없애자는 여론이 커진 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입은 흑인 유권자들이 투표 의지를 밝히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메릴랜드주에선 사전투표를 한 흑인 유권자(19만2775명)가 4년 전보다 10배가량 많았다. 조지아주에선 4년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60만1000명의 흑인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흑인 유권자의 낮은 투표율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패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막판 유세에서 흑인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코로나19로 흑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우리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다룰 것이고 흑인사회를 위해 진정한 경제적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함께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시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6.1%포인트(리얼클리어폴리틱스) 앞서고 있다. 미시간은 ‘초박빙’ 경합주가 아님에도 두 사람이 ‘대선 전 마지막 주말’에 합동 유세를 벌인 것이다. ‘흑인 인구가 많은 도시’라는 상징성이 있는 디트로이트에서 유세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흑인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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