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에 “나는 적법, 회의 내용 공개한 사람이 문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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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공개한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와 한동훈 검사장 사이 통화·메시지 기록 관련,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에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용도’로 특정하고 제출받은 뒤 이후 윤 총장에 대한 감찰에 활용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박 담당관은 이와 관련해 이날 한 시민단체에 의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당했다. 법조계에서는 “감찰위원들에게 민간인인 윤 총장 배우자와 한 검사장 간의 구체적인 통화 기록까지 밝힌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고, 한 검사장 수사 관련 자료를 공개한 것이면 공무상 기밀 유출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 감찰 조사한다면서 ‘채널A 사건’ 수사기록 복사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0월 ‘채널A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로 채널A 사건과 관련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 기록을 복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박 담당관은 앞서 감찰위에 출석해 “추 장관이 민원 4건을 언급하며 진상 확인을 지시했고, 감찰을 위한 조사를 10월 28일 시작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담당관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채널A 사건 수사 관련 기록을 통째 복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원에서 발부받은 통신영장에 따라 한 검사장과 주변 인물 사이 통화 내역을 모두 확보했던 형사1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거절했다고 한다. 변필건 형사1부장은 이 과정에서 통화내역은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 목적으로만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담당관은 한 검사장과 윤 총장 부부 사이 통화기록, 한 검사장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통화내역 분석보고서까지 모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1부는 채널A 감찰 관련이라면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이 통화기록만 주겠다”고 했으나, 법무부는 ‘윤 총장 부부와의 통화내역 등' 자료를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형사1부 반대에도 尹-韓 통화기록 가져간 박은정, 감찰위에서 공개
이후 법무부 요구가 관철돼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윤 총장 부부와 한 검사장 사이 통화기록 등 통화 기록을 확보했다고 한다. 형사 1부의 반대에도 자료 제출이 이뤄진 배경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박 담당관은 통화 내역 확보 후에는 ‘분석보고서’ 제출도 요구해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담당관은 지난 1일 감찰위에 출석해서는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감찰 방해'는 대상자(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 “왜 제 식구 감싸기인지 설명드리겠다”며 세 사람 사이 통화 기록 횟수를 언급하며 ‘측근’을 강조했다고 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 박은정 하위규정인 “감찰규정 따라 적법” 주장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이 확산하자 박은정 담당관은 8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감찰담당관 입장을 알려드린다’는 입장을 내고 “해당 통화내역은 한동훈에 대한 감찰조사를 위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한 자료”라고 반박했다.
박 담당관은 “법무부 감찰규정 제18조는 비위조사업무에 필요한 경우 법무부 소속기관과 검찰청에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사유 중 채널A 사건 부분은, 한동훈에 대한 감찰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소위 ‘관련 비위 감찰사건’이고,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관련 범죄 수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련 비위 감찰사건 조사를 위해 위 감찰규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 감찰은 무소불위라고 공표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박 담당관 논리대로면 법무부 감찰을 위해서는 수사자료든 개인정보든 뭐든 내줘야 하는 것이냐”면서 “상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은 언급 않고 법무부 감찰규정을 내세우는 건 궤변”이라고 했다.
박 담당관은 1일 감찰위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감찰위 비공개회의에서 설명자료로 준비해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모두 회수한 것이므로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한 경우가 아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지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감찰위 비공개회의에서 알게 된 본건 내용을 외부에 공개·누설한 사람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도리어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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