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넥슨은 모든 게임의 아이템 등장 확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게임 내 아이템 등의 확률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선택한 정면 돌파 '승부수'다. 그러나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완전 공개'는 어디까지나 넥슨의 일방적인 '자율' 공개를 전제한 것이기에 넥슨이 확률을 완전 공개한들 게임 이용자나 정부가 이를 검증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업계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 '확률형 아이템'이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확률형 아이템'이란 '직·간접적으로 게임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이번에 문제가 된 메이플스토리를 예로 들면, 게임 이용자가 '랜덤박스'를 구입하면 게임 이용자와의 의지나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정해진 확률로 캡슐형 아이템, 강화형 아이템 등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도 예측 가능한 '정해진 확률'에 의하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메이플스토리의 성공과 함께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주요 수익모델로 자리 잡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과 관련하여 업계는 그것이 비즈니스 모델(BM)이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지금껏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써야 자신이 원하는 특정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고, 자연스레 게임업체가 사행성을 조장하고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확률을 조작한 것은 아닌가라는 불신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넥슨 사태'를 통해 이러한 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게임업체 ‘넥슨’ 본사 전경.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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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잡는다는 개정 게임산업법의 주요 골자는?
이러한 배경 하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등을 통해 게임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하여 게임을 이용한 사행성 조장을 방지하겠다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발의되었다. 우선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 규정이 신설되었고(제2조 제13호),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그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및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내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였다(제59조 제1항). 만약 게임업체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는 등의 경우 이는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내지는 등록취소, 영업폐쇄를 명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제76조 제1항 제6호, 제68조 제1항 제7호). 그 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주된 수입원으로 해 온 게임업체의 입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로 업체 임의대로 확률을 조정하는 것이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고, 게임 간, 업체 간 확률형 아이템 확률 비교도 게임을 선택하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여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게임산업 발전의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
게임산업은 사행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박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일시오락 수준을 벗어난 도박에 대하여 처벌(형법 제246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박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판례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도박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도736 판결). 즉, 도박의 대상이 되는 '재물'이 있고, 당사자가 확실히 예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정인 '우연성'이 있고, '도박의 상대방'이 있다면, 도박이 되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이러한 도박의 요건에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사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심지어 어느 정도의 확률일지 예견조차 할 수 없다면, 아이템이 유료라는 점, 구매 상대방인 게임업체가 존재한다는 점을 비추어 사실상 도박에 준하는 사행성을 띠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것은 그것이 자율에 의한 것이든 강제에 의한 것이든 도박성을 줄이는 최소한의 조치가 될 것이다. 물론 확률을 미기재 혹은 허위 기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장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 사유로까지 삼아야 하는가는 과잉금지의 원칙 측면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고 신뢰보호원칙의 측면에서도 이는 업계의 지형도를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변화이기에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국내 게임산업이 현재 '확률형 아이템'만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는 것은 비록 단기적으로는 기업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에 안주할 경우 '확률형 아이템' 이외 새로운 BM을 찾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도 있어 업계로서는 이번 개정안을 새로운 전환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상에 영원한 유행은 없으며, 특히나 신상품에 민감한 게임 이용자들의 취향은 언제든 변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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