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3월 4일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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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전 검사들에게 미국 뉴욕 맨해튼 검찰의 고(故) 로버트 모겐소 검사장 전기를 배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윤 전 총장이 대검찰청에 배포를 지시한 책은 모겐소 전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일대기를 다룬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로,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실이 지난해 7월 제작했다. 윤 전 총장이 직접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다”라는 발간사를 썼다.
1960년대 케네디 행정부 시절 맨해튼 연방검사로 임명된 모겐소는 1974년 지역 시민들의 투표로 맨해튼 지방검사장이 된 후 아홉 차례 연임에 성공해 35년간 검사장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이른바 ‘화이트 칼라 범죄 수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지병을 앓던 그는 2019년 7월 향년 99세로 사망했다.
윤 전 총장은 “모겐소는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판사, 정치인, 대기업 등 거대 사회경제 권력의 부패에 대해 우직하게 수사를 이어나갔다”며 “모겐소가 한 평생 추구한 검사의 길이 우리나라 검사들에도 용기와 비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발간사에 썼다.
이어 “무모하다고 비춰질 수도 있는 모겐소의 법집행 의지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역사회와 시장경제에서 법치주의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며 “모겐소의 모습은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검찰 구성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했다.
이 책은 작년 7월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실이 제작했다. 그간 예산, 저작권 문제 등을 검토하던 대검은 최근 일선 검사 2300명에게 책을 배포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며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법안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검사들에 배포하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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