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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숨을 쉴 수 없다" 플로이드 첫 공판…유죄판결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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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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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29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첫 재판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해 2급 살인 등 3개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오른쪽)과 변호인 에릭 넬슨(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기소를 담당한 제리 블랙웰 검사(왼쪽)는 플로이드가 숨을 거두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준 뒤 “이것은 살인이다”라고 강조했다. 미니애폴리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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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백인 경찰 데릭 쇼빈에 대한 첫 재판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지난해 6월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촉발한 이번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서 경찰이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날 첫 공판에서 플로이드 사망 원인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플로이드 측 검사 제리 블랙웰은 “쇼빈은 플로이드의 목숨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고 부당한 물리력을 써서 플로이드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플로이드의 사인이 “법 집행 과정에서 목 압박과 심정지에 의한 의한 살인”이라고 결론 내린 부검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쇼빈은 수갑을 찬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27번이나 애원하는 동안에도 쇼빈은 목 누르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검사 측은 사망 당시 동영상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것은 살인”이라고 말했다. 쇼빈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 시간은 애초 알려진 8분46초가 아니라 9분29초였다고도 밝혔다. 당시 사망 과정을 목격한 증인은 법원에 출석해 “플로이드의 의식이 서서히 사라져갔다”고 증언했다.

쇼빈 측 변호사인 에릭 넬슨은 “쇼빈은 19년 재직 기간에 걸쳐 훈련받은 대로 정확히 행동했다”면서 “물리력 사용은 경찰 활동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반박했다. 넬슨은 숨진 플로이드의 체내에 마약인 필로폰과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성분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플로이드는 약물 남용과 지병인 고혈압, 심장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로이드의 죽음이 인종차별과는 상관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편의점에서 20달러(2만3000원)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쇼빈의 무릎에 10분 가까이 목이 눌려 숨졌다. 목이 눌린 플로이드가 외친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은 이후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진 인종차별 반대시위의 핵심 구호가 됐다. 쇼빈은 같은해 6월 2급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급 살인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4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쇼빈이 실제 유죄판결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년 경찰에 의해 1000여명이 목숨을 잃는다. 비백인이 상대적으로 경찰 체포 과정에서 더 많이 죽는다. 지난해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의 비율은 22.5%로 미국의 흑인 인구 비율 11%의 2배가 넘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경찰은 200명이 안 되고, 기소된 이들 중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찰은 50명도 안 된다. 기소율은 1~2%에 그치고 어렵게 기소해서 재판까지 가도 배심원들은 업무상 정당방위라는 경찰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5~2020년 업무 중 총격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경찰 126명 중 35%(44명)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가 전했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배심원 구성이 일반적인 재판과는 다르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심원 15명 중 백인은 9명(60%), 비백인은 6명(40%)으로, 재판이 이뤄진 헤너핀카운티의 백인 인구 비율(74%)보다 백인 배심원의 비중이 줄었다. 재판부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인종차별적 편견이 있는 사람은 배심원단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시민 수백명이 법원 주변에 모여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고 적인 손팻말을 들고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요구했다. 플로이드의 유족, 변호인 벤저민 크럼프,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법원에 들어가기 전 건물 앞에서 플로이드가 목 졸린 시간으로 알려진 8분46초간 무릎을 꿇었다. 크럼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미국이 모두를 위한 평등과 정의를 향한 여정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주는 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 전역이 이번 재판을 지켜보는 만큼, 조 바이든 대통령도 확실히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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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집회를 열고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백인 경찰 데릭 쇼빈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됐다. 미니애폴리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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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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