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 내부 경쟁·기존 서비스 잠식 문제로 곤란
각사 상황 맞춰 자회사·합작사 등 자유 추진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르면 오는 5월 초 관련 제안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지금까지 거론되던 ‘뱅크인뱅크(BIB·은행 안의 은행)’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은행 자회사나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형태를 각사 상황에 맞춰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은행장들은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에 참여해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참여와 관련된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한국금융연구원과 함께 연구해 이르면 오는 5월 초쯤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정책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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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은 현재 은행이 운영 중인 모바일뱅킹만으로는 급변하는 금융시장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세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규제 강도나 비용, 조직관리 측면에서 오프라인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KB금융(105560)과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산하 은행을 통해 각각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해 역할은 제한적이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은행연합회 주도 하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하고 그 방안으로 BIB 형태를 검토했다. BIB란 은행 안의 또 다른 은행으로, 기존 은행 브랜드와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별도 법인이 아닌 만큼 설립할 때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18~35세 청년층 고객을 겨냥한 별도 모바일플랫폼 ‘페퍼뱅크’를 출시한 이스라엘 르미은행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전날 이사회에 참석한 일부 은행장들이 "BIB는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밖에서 보기엔 브랜드가 다르다 보니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같은 조직인만큼 그 뒷단에서는 승진 등 인사부터 보상까지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BIB는 같은 고객을 두고 조직 내부에서 경쟁해야 하는데다, 기존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잠식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BIB의 대안으로 은행 100% 자회사나 다른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별도의 라이선스가 필요해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의지에 따라 금융지주의 전략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은행 라이선스가 하나 더 있다면 다양한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은행 일부보다는 조직 전체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사력을 다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전달될 제안서에는 여러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김 회장은 "각 금융지주의 상황이 제각각이라 모두 같은 생각일 수는 없다"며 "다양한 형태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 건의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지만, 전력 집중을 위해 1~2개로 추려 금융당국에 방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는 하반기 은행 경쟁도 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허용 문제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18년 금융위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신규 은행 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고, 이후 2019년 말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토스뱅크(가칭)’ 설립을 허용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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