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한 병사가 19일 트위터에 올린 그림. 탈레반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맞다"고 답한 남성 뒤에 세 명의 부인이 그려져 있다. /트위터 @MalangKhost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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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의 한 병사가 여성 인권 탄압을 우려하는 외부의 목소리를 조롱하는 내용의 그림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지난 7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의 전투 승리 소식을 꾸준히 중계하던 말랑 코스태이는 19일(현지시각) 인터넷 밈(meme)의 하나인 단순하고 검은 선으로 그려진 괴상한 표정의 남자 캐릭터 ‘워작’ 그림을 올렸다.
그림에서 워작은 “너희의 문화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이고, 반유대주의고, 자유민주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며 “너희는 여성을 정말 물건처럼 취급하고 있어”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이에 탈레반 남성은 “맞다”고 답한다. 그리고 이 남성의 뒤에는 세 명의 부인이 “하비비, 우리는 저녁 준비를 마쳤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성 차별을 옹호하는 듯한 그림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게 탈레반의 공식적인 입장이냐”고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트위터는 해당 그림이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가리는 조처를 했다.
그러자 코스태이는 20일 서구 언론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트윗을 다수 게재했다. 그는 “서구 언론은 언제나 거짓말과 루머를 퍼트린다”며 “서구 언론이 우리를 좀비처럼 소개했지만 우리는 훌륭한 통치의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히잡을 쓴 여성들이 거리 시위를 벌이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또 국기를 몸에 두른 여성이 거리의 시위대를 인솔하는듯한 영상을 공유하며 “카불의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탈레반은 그들을 위협하지 않고 안전을 제공하고 있다”며 “서양인들이 우리에게서 여성 해방을 어떻게 바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며 히잡을 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탈레반 간부가 톨로뉴스의 여성앵커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등 20년 전과 달라진 모습을 부각했다. 그러나 탈레반 대원이 온몸을 가리는 의상인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했고, 카불 시내 독립기념일 시위 참가자 중 여성만 골라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여성에 대한 차별·폭력행위에 대한 소식은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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