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은 자신에게 대항했던 지방 경찰청장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영상을 찍어 SNS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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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들에게 대항했던 지방 경찰청장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한편, 현지에서 미국인들이 탈레반 조직원들에 의해 구타를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1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의원 대상 브리핑에서 "미국인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이 탈레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구타를 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탈레반 지도자에게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군이 아프간 내 미국인 등의 대피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대피 대상은 ▶미국 시민권자 ▶아프간전 때 미국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 ▶제3국인 등인데, 공항 안팎에는 대피를 희망하는 이들이 몰리며 심각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지난 14일 이후 아프간에서 1만3000명이 대피를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은 당초 하루 5000~9000명씩 대피시킬 것을 목표로 했는데, 전날 대피 인원은 3000명에 불과하다. 특히 탈레반은 미국 측의 대피 목표일인 8월 31일 이후에도 대피를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피의 보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자신에게 대항했던 아프간 지방 경찰청장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영상을 찍어 SNS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지난 18일 헤라트 인근 바기스 지역의 경찰청장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를 처형했다고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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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크자이 청장은 탈레반이 지난주 투르크메니스탄 국경 지역을 점령한 후 붙잡혔는데, 살해 전 장면이 담긴 SNS 영상에서 그는 두손이 묶여 눈이 가려진 채 무릎을 꿇고 있다. 이어 무자비한 기관총 공격으로 결국 쓰러지고 만다.
탈레반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이전 정부 관료와 병사, 서방의 조력자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모두에 대한 일반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확실한 신뢰를 갖고 일상을 시작하라"며 "완전한 이슬람 리더십이 있으니 (여성·공무원 등) 모든 이들은 정부에 합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들의 공언과 다르다. 탈레반이 주지사 등 정부 관료들을 구금하는 것은 물론, 서방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색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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