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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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하지 않고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논의키로 한 것은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달 간 여야 8인 협의체 논의와 원내지도부 간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단독 처리를 검토했지만 여당 독주 비판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언론·시민사회까지 여당이 추진한 개정안에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낸 것도 큰 부담 요소가 됐다. 결국 민주당의 이 같은 고민은 야당의 버티기 앞에서 일단 양보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내지도부 담판이 사흘째 계속된 이날 여야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쟁점인 징벌적손해배상제와 기사열람차단청구권 신설을 놓고 국민의힘은 원천 불가 입장만 고수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개정안 처리를 어떻게 할 지를 놓고 당 내부에서부터 이견이 속출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아침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체 수정안을 상정할지,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할지를 놓고 대립했다. 정청래 의원 등 강경파 의원 32명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법안 상정을 공개 압박했다.
박 의장 주재로 열린 윤호중 민주당,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자 오히려 급해진 건 민주당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강행처리하면 필리버스터를 포함해 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협상 교착상태에서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여당의 후퇴를 압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오후 당 최고위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었다. 여당 의원들은 즉시 본회의에 상정하는 안과 국회 논의 시간을 더 갖는 안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표결로 당론을 정하는 안까지 거론됐다. 2시간20여분의 격론 끝에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됐다.
결국 이날에만 세번째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서 당 지도부는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연말까지 특위를 열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 처리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직도 다양한 반대 의견들이 여전한 것이 사실이라 좀 더 많은 의견을 듣고 개정안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 규정 등에 대해선 ‘과도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 조항은 위헌 시비나 법적 완성도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독주 비판의 도마에 다시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 경선 이후엔 야당 후보와의 본격적인 본선이 시작될 텐데 개혁을 바라는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는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선 본선에서 중도층 확장 전략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처리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낸 것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양보로 연말까지 추가 논의의 시간은 벌었지만 벌써부터 여야에선 쉽지 않은 논의를 예상하는 시각이 나온다. 쟁점 조항들에 대한 이견이 첨예한 데다가 처리 시한을 못박지 않은 것을 놓고 사실상 연내 처리는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홍두·박광연·조문희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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