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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경선 승복' 이낙연, 캠프 해단식···"지지해준 국민 폄하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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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지자 향해 “다시 하나의 강물 돼야”
이재명과 원팀 구성 질문엔 말 아껴

지지자들 사이 갈등 봉합 최우선 과제
이 전 대표 “당 지도부·이 후보 나서야”


경향신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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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승복 선언을 한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다시 하나의 강물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원팀 구성 방안 등 쏟아지는 질문에는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장을 떠났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1시15분쯤 청록색 넥타이를 매고 캠프 해단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앞에 나타났다. 지난 10일 경선이 최종 끝난 뒤 칩거에 들어간 지 나흘 만이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사오입 철회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 전 대표를 기다리던 지지자 100여명이 “지켜줄게 이낙연”을 외쳤다. 이 전 대표는 말없이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눈 뒤 눈물을 보인 지지자도 있었다. 이 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설훈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세상 살다보면 우리가 하는 일이 틀림없이 옳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다”며 “낙심하지 말라. 세상 일은 사필귀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비공개로 약 50분 정도 진행된 해단식에서 경선 과정을 함께해온 의원단과 실무진을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국민과 당원 앞에 겸손해달라. 여러분뿐만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여러분과 생각을 달리 했던 분들에게도 똑같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정치하는 사람들의 여러 비위 가운데 가장 예민하게 발견하는 것은 ‘오만’이다. 오만을 느끼는 그 순간 국민이 심판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지해주신 국민을 폄하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 송영길 대표를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요즘 ‘저건 아닌 듯 싶은데’ 하는 일들이 벌어져서 제가 맺힌 게 좀 있었다. 이 정도로만 표현하겠다”며 “동지들에게 상처주지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 내서 유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어제 글에다 썼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경선 결과에 승복하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해단식을 마친 뒤 ‘원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 ‘이 후보와 만날 계획이 있냐’, ‘선대위원장직을 맡을 것이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의 승복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민주당 ‘원팀’을 이루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자들 사이 벌어진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 전 대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 민주당 대선 후보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단식에 모인 지지자들 중 일부도 “쟤네(이 후보 측)랑 어떻게 원팀을 하냐” “똥파리, 수박, 일베 별소리를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원팀이냐”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가 떠난 뒤에도 “송영길은 사퇴하라”고 외치며 이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한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 지도부와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후보의 역할도 많이 필요하다. 경선 과정에서 생겼던 여러 가지 앙금들을 치유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광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YTN 라디오에서 “당선된 분과 당이 갈등봉합을 적극적으로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이 전 대표의 경선 승복 이후 이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고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 후보와 통화하면서) 이 전대표님을 적극 예우해서 꼭 찾아뵈라고 권유를 드렸다”고 밝혔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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