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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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특별검사 도입에 대해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 후보의 ‘결단’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의혹 초반부터 꾸준히 야당의 특검 요구를 “정치 공세”라며 거부해왔으나 대선 4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입장을 전격적으로 바꾸었다. 일단 지지율 답보 상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상승세를 막는 정면돌파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이 최대 악재로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관련 의혹을 담은 ‘쌍끌이 특검’ 등을 요구한 데선 윤 후보에 대한 역공 전략도 읽힌다. 여야 합의가 필수인 특검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수사대상·범위 등을 놓고 치열한 정쟁이 불가피해 해를 넘길 수밖에 없어 사실상 또다른 ‘특검 회피 전략’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11일 이 후보가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대장동 특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놓고 “이 후보가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국정감사까지 직접 나가 설명을 했지만 여전히 의혹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 찬성’은 6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달 10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그 와중에 윤 후보만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후보로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의 수세에서 벗어나 ‘조건부’로라도 특검을 받겠다고 나서면서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후보가 아무리 대장동 의혹을 설명해도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여론이 바뀌지 않고 있다. 다시 지지율 반등을 하기 위해선 한번쯤 끊어주는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윤 후보에 대한 역공과 함께 야당 공세에 대한 방어 전략도 엿보인다. 이 후보는 전날 대장동 사업 초기 자금을 빌려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를 특검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했다. 국민의힘이 윤 후보를 포함한 특검을 거부할 경우 ‘특검을 거부하는 건 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검찰 수사 진행상황만 보면 수사가 끝나더라도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야당의 공세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미리 검찰 수사결과 후폭풍에 대비하자는 차원도 읽힌다. 이 후보 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검찰 수사가 곧 종료되면 수사가 끝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특검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후보가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특검 수용 가능성 시사가 ‘특검 회피’를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수사결과가 연내에 나온다고 해도 12월에서야 여야의 특검 도입 논의가 시작되면 특검 수사 시작 자체가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앞서 역대 13차례 특검은 여야가 합의한 이후 실제 수사 개시까지 평균 45.3일이 걸렸다. 대선이 걸린 특검인 만큼 여야의 특검 합의는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일각에선 대선 이틀 전인 2007년 12월17일 특검법을 통과시킨 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나흘 전 ‘무혐의’로 끝난 ‘BBK 특검’ 사례를 돌아보는 시각도 있다. 의석수도 민주당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 특검의 시기는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야당의 반발이 거세 정쟁이 격화되고 대장동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실제로 특검을 한다고 해도 그 이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검의 수사대상과 범위 등을 설정하는 문제 등 때문이다. 대선 승패를 좌지우지할지 모를 특검을 여야가 국회에서 치열한 정쟁을 벌여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를 수사대상에 넣으려 하고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배임 여부 등에 집중하면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어쩔 수 없이 특검을 해야 한다면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도 맞는데,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특검 수용 시사 발언의 셈법이 정치권 내에서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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