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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안철수, 단일화 철회 후 유세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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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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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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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데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 국민경선 제안에 명확히 답하지 않으면서 ‘백기 투항’을 압박했다는 불쾌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일화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선 국면에서 안 후보의 존재감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고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 철회 이유로 윤 후보의 무응답과 국민의힘의 도를 넘는 행태를 지목했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일주일간 무대응과 일련의 가짜뉴스 퍼뜨리기 통해 제1야당은 단일화 의지도 진정성도 없다는 점을 충분하고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오히려 시간을 질질끌면서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뻔한 수법을 또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무성의하고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을 여럿 했다”며 안 후보가 불쾌감을 느낀 배경을 설명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정치적 지분을 요구한다거나 경기도지사 자리를 염두에 두고있다는 등 풍문이 안 후보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홍 대변인은 이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했다. 3주에 불과한 공식 선거운동기간 가운데 3분지 1 가량을 기다렸으니, 시간을 적게 준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안 후보 입장에선 윤 후보가 자신의 단일화 제안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는 반면, 단일화 효과를 누리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일주일 전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당 안팎에서 거세지는 단일화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출구 전략이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간 국민의당의 선거운동은 사실상 ‘고사 상태’였다. 지난 15일 당 유세버스에서 지역 선대위원장 A씨와 버스기사 B씨 등 2명이 사망한 이후 안 후보는 거리유세 등 선거운동 전반을 중지했다. 지지세 확장은 멈췄고, 단일화 논의는 물밑협상 뿐 공식적인 합의 단계로 접어들지 못했다. 윤 후보를 향한 지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선을 긋자는 ‘자강론’도 나왔다.

안 후보의 또 한 번 승부수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불투명하다. 21일 예정된 4자 TV토론에서 윤 후보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이 관측되지만 앞선 토론의 반응을 볼 때 지지세가 큰 변화를 겪을지 미지수다. 선거운동에서 뒤처진 만큼 지역 유세를 바쁘게 진행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새 제안을 해도 받지 않을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처음부터 새롭게 실무자 간 협상을 해서 큰 그림을 전하고 또 후보를 만나고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 유세에 나섰다. 유세버스 사고 이후 닷새 만의 공식 일정이다. 배우자 서울대 의대 교수와 함께 유세에 나선 안 후보는 “왜 맨날 선거 때마다 철수하느냐, 왜 선거 때마다 단일화하느냐 말씀하시는데, 처음 2012년 선거 양보 잘못했던 그거 하나 빼놓고는 그 이후 모든 선거 도중에 그만둔 적 없다”면서 “선거 완주했고 단일화는 제가 한다고 해서 한 번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선거할 때마다 도중에 그만뒀고, 철수했다고 하고, 선거할 때마다 단일화했다고 이렇게 잘못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자신이 쉽게 단일화하는 후보가 아니라고 유세 현장의 시민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국민은 반으로 갈라지고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하고, 세계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나라가 되면 정권교체가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중요한 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선거 기호인 ‘4번’을 야구에 빗대 “위기의 대한민국,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제가 홈런치는 4번 타자가 돼서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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