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각국 유엔 대표들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유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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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개국 대 5개국. 유엔은 2일(현지시간)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회원국의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했다. 유엔 총회 결의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의 국제적인 고립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유엔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결의안을 찬성 141개국, 반대 5개국, 기권 35개국으로 가결 처리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193개 회원국 가운데 표결 참가국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된다.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벨라루스, 시리아, 북한, 에리트레아 등 5개국이었다.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 인도를 비롯해 러시아의 오랜 동맹국인 쿠바와 나카라과는 기권했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한국을 비롯한 96개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가했다. 결의안에 찬성한 국각 유엔 대표들은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결의안은 “러시아의 2월24일 ‘특별 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면서 “무력 사용 또는 위협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 경계 태세를 강화를 지시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의 핵무력 태세 강화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개탄한다”면서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군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의 내의 악화되는 인도적 상황 및 증가하는 난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 무력 사용에 대한 벨라루스의 개입”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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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방은 지난달 25일 유엔 안보리에서 유사한 내용의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대신 서방은 긴급특별총회를 소집해 총회 차원의 결의안 통과를 추진했다. 유엔 총회 결의는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적으로 단결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 규탄함으로써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였다.

유엔 긴급특별총회 제도는 미·소 냉전 초기인 1950년 11월 한국전쟁 당시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자 총회에서 미국 주도로 이른바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근거가 마련됐다. 그간 유엔 긴급특별총회는 총 10차례 소집됐다. 1997년 마지막 소집된 이후 이번이 11번째로 소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긴급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뒤 취재진에게 “유엔 총회의 메시지는 크고 명확하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즉각 중단하라. 총격을 즉각 중단하라. 대화와 외교의 문을 즉각 열어라”라고 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총회 마지막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무자비한 공격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한 다음 “최근 역사상 다른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 유엔이 도전받고 있다”면서 결의안 지지를 호소했다. 세르게이 키슬리챠 유엔주재 우크라이나도 첫날에 이어 다시 발언대에 올라 “그들은 우리 중 일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존재할 권리 자체를 빼앗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에 들어왔다”면서 “그들의 목표는 단순한 점령이 아니라 집단학살”이라고 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라면서 반대해줄 것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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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침공이 자위권 행사라면서 “이 문서는 우리가 군사 행동을 중단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대로 이것은 키이우(키예프)의 극단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의 국가 정책을 계속 결정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면서 결의안에 반대해줄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중립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의 장쥔 유엔주재 대사는 결의안에 기권표를 행사한 다음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장의 상황을 최대한 완화하고, 상황이 악화되거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면서 “결의안 초안은 모든 회원국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현재 위기의 역사와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오랜 동맹인 쿠바와 니카라과 마저 기권표를 던졌고, 안보리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러시아의 고립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지난해 8월 아프간 정부를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은 탈레반 역시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미얀마 군부와 탈레반은 아직 유엔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 정부가 파견한 유엔 대표를 통해 표결에 참가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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