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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에서 중립 표방하는 중동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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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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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거리에 ‘러시아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문구가 적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 시리아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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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을 두고 일부 중동 국가들은 중립을 표방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미국의 존재감이 약해진 틈을 타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 결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및 서방세력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중동 국가들이 한쪽에 치우친 반응을 보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각종 민병대의 지지를 얻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는 러시아와 이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미국 및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심스레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라크가 있다. 이라크는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즉시 철수하라는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중앙은행이 총리에게 미국의 제재를 감안해서 러시아 회사들과 신규 계약이나 현금결재를 피하라고 권고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라크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이 상당한 만큼 양쪽을 저울질해야만 하는 입장이 됐다. 엘브루스 쿠트라셰프 주이라크 러시아 대사는 최근 이라크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14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루크오일, 가즈프롬네프트,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이라크에서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도 한쪽에 치우친 태도를 보일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레바논은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수에 찬성했고, 외무부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명이 공개된 직후 의회 안팎에선 반발이 일었다. 집권정당 헤즈볼라 소속 이브라힘 무사위 의원은 트위터에 “내킬 때만 거리를 두고 중립을 주장하는 게 아니냐”며 외무부를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헤즈볼라 민병대는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외에도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중동 지역에서 각종 무장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반미·친이란 무장세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친이란 무장세력들은 러시아를 ‘미국과 달리 동맹을 포기하지 않는 믿음직한 파트너’로 인식하게 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서방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국이라는 점도 이스라엘이 편향된 태도를 보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중동 내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이란이 이미 핵무기 제조에 근접했다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줄 핵합의 복원을 꾸준히 반대해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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