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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윤석열 외교정책, 미국과 ‘혈맹’ 최우선…남북·한중관계 격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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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정책전망 ① 외교안보

쿼드 참여, 선 비핵화 못박아

“긴장 고조 땐 청구비용 클 것”

한미훈련정상화, 북 주적표기 등

북 맞대응 땐 한반도 정세 급냉각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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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의 대선 승리는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유지해온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에 내놓은 공약과 발언을 바탕으로 외교안보·에너지·부동산·검찰·젠더·의료복지·노동·교육 등 각 분야에서 일어날 변화를 가늠해본다.
윤석열 당선자의 외교안보 공약 핵심은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다. 윤 당선자는 지난 10일 대국민 인사에서 △북한의 불법행동에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처 △한-미 동맹 재건 및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상호존중 한-중 관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등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얼개를 밝혔다.

그동안 윤 당선자가 내놓은 외교안보 공약과 발언들을 종합하면 ‘문재인식만 빼고 다’(ABM·Anything But Moon)로 읽힌다. 그는 대선 기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지난 2월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정책 기조는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국익 개념에 좌우됐다”며 “특히 한-미 양국 간 대북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견해차는 한-미 동맹을 표류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나흘 전인 5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한-미 동맹을 무시하고 원칙 없는 대북정책을 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외교안보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미 동맹을 최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24일 외교안보정책 공약 발표 때 “지난 5년간 무너져내린 한-미 동맹을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자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한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지난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동맹이 동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못 한 것이다. 한-미 동맹의 ‘재건’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재건”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11일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가는 미국이다.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속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그런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한-미 동맹 ‘재건’을 강조하면서 한-일 관계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향후 1~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실행계획으로 제시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당선자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며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직접 거론했다.

대선 공약집에서 “한-일 관계가 과거사 이슈에 매몰된 채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 없이 악화일로를 지속했다”고 비판했던 윤 당선자는 지난 10일 대국민 당선 인사에서도 한-미 동맹 재건과 함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문재인 대통령도 누차 반복한 표현이다. 갈등의 핵심은 ‘한국이 과거사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는 일본의 변하지 않은 태도여서 이 대목이 해소되지 않고선 윤석열 정부도 뾰족한 해법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윤 당선자는 한-중 관계에서도 도전을 받고 있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를 재정비(retool)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경제제재에 굴복했고 중국에 지나치리만큼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고 대응하기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인도·태평양 질서를 촉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한국은 쿼드(중국을 견제하는 미·일·인도·호주 4자 안보협의체) 워킹그룹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책임 있는 세계 국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기를 우리 국민이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윤 당선자가 사용한 ‘책임 있는’이란 표현은 미국이 기후위기, 사이버 안보 등에 대한 중국의 행태를 비판할 때 등장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새 정부 외교안보의 가장 큰 도전은 한-중 관계”라며 “한-미 동맹 강화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감성에 치우친 정책이 현실화되면 우리에게 청구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남북 관계 정상화와 공동번영’을 20대 안보 공약 중의 하나로 꼽고 있지만, 그 맥락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와 결이 크게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남북 관계 발전과 비핵화 선순환에 터잡고 있다. 이와 달리 윤 당선자의 대북정책과 비핵화는 ‘상호주의’에서 출발한다. 그는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남한의 굴종적인 대응으로 지난 몇년간 남북 관계가 크게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를 명시한 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이란 비핵화 협상 틀을 제시했다. 이어 “북한 지도부가 비핵화 결단을 내린다면 대북 경제 지원과 협력 사업을 추진함은 물론 비핵화 이후 시대에 대비한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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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 비핵화, 후 남북 관계 개선’이란 주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과 유사하다. 더욱이 윤 당선자는 상응 조치의 첫 문턱을 매우 높게 설정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현존 핵 프로그램을 성실하고 완전하게 신고하는 것”(<포린 어페어스> 기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큰 이유는 ‘완전한 핵 신고’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30년 넘게 북한이 넘지 못한 문턱을 신뢰 회복의 첫걸음으로 못박은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새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야당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초당적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면서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게 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 및 대북정책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도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유지, 비핵화 달성 시 평화협정 체결 등은 과거 실패해온 제재와 압박 위주의 비현실적인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황 팀장은 또한 “지난해 출범 초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기존 합의를 존중했듯이, 윤석열 당선자도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 등을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게 신뢰 구축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자의 군사안보정책은 대미·대일·대중·대북 관계의 종합판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 <국방백서>의 북한 주적 표기 등을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 때 사드 배치가 몰고온 파장을 고려하면, 사드 추가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중 관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하는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대규모 병력·장비 동원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오는 8월 예정된 연합훈련에선 이전처럼 대규모 실기동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미 연합훈련과 대북 제재를 대표적 ‘적대시 정책'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이 맞대응에 나서면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월 안보공약 발표 때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년 초 나올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군을 주적으로 명시할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자가 희망 사항과 감성적 판단을 넘어 그간의 외교안보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흥규 소장은 “후보 때는 당파성과 지지기반에 호소하는 공약을 낼 수 있으나, 당선 이후에는 국가의 운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게 된다”며 “진보·보수를 가리지 말고 실력 있는 전문가들에게 외교안보 현안을 경청하고, 산발적 공약 제기에 그친 외교안보정책을 정비하는 데 인수위 역량을 모으라”고 조언했다. 정성장 센터장도 “윤 당선자가 통합과 협치의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대선 기간 공약에 쏟아졌던 비판들을 인수위원회가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합리적인 중도 성향 전문가를 추천받아 통일부 장관을 임명하는 방안도 사례로 제시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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