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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파업 15일째 화물노동자들 “정부는 대화 안 하고 찍어누르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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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이 8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항동 인천한라시멘트 앞에서 모닥불 주위에 모여 장기화하고 있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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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0일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8일 오후 3시께 인천 중구에 있는 한라시멘트 인천공장. 이곳에는 지난달 24일부터 화물연대 비시티(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지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농성장에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마련한 장판, 끼니를 때우기 위한 라면 박스, 회의에 사용되는 책상 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놓여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농성장 밖에 피워놓은 작은 불 옆으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가 공장을 드나든다.

지난 2003년 대규모 파업 때 기록한 15일 최장기간 파업을 오늘로 달성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내일이면 최장기간 투쟁이라는 기록을 다시 쓴다. 홍인기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 비시티지부장은 “오래 파업하는 거 아무 의미 없다”며 “어떻게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제도를 전 품목으로 확대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정부가 시멘트 분야 화물운송에 내린 업무개시명령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집에 온 업무개시명령 송달장을 피하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천막을 지켰다. 이들이 시멘트공장 주변에 세워둔 화물차에는 집단운송 거부행위 조사개시 통지서가 붙기도 했다. 통지서에는 집단운송 거부행위 의심 차량으로 간주해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통지서 옆에는 불법주차 스티커가 붙었다.

홍 지부장은 “송달장을 보냈는데 집에 사람이 없으면 담당 우체국에서 며칠간 보관하며 찾아가라고 하다가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국토교통부로 반송된다”며 “그러면 또다시 송달장을 보내는데 두 번까지 안 받으면 고발 조처된다”고 했다. 이들은 불법주차 스티커라도 피하려 화물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한진 컨테이너 터미널과 선광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도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컨테이너지부 조합원들이 농성 중이다. 농성장 앞 큰 도로는 컨테이너 상·하차를 기다리는 화물차로 혼잡하다. 컨테이너지부 조합원은 아직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비시티지부 조합원보다 사정이 낫다.

박종민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컨테이너지부 1지회장은 “우리가 돈이 많아서 파업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중고차를 사서 할부금이 나오지 않지만 최근에 볼보 화물차를 인수한 친구는 첫 달 할부금으로 400만원 넘게 내라고 연락이 왔다”며 “계약은 옛날에 했지만 파업 시기에 맞춰 화물차가 나온 거다. 그러면 대출을 알아봐야 하는데 요즘 대출 기준도 까다로워서 캐피탈을 알아봐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백남준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컨테이너지부장도 “한 달에 10일 일 못 하면 바로 월 수입이 마이너스가 되는데 지난달에는 파업 준비한 기간까지 합치면 10일 일을 못 했고 이번 달도 내일모레면 (일하지 않은 날이) 10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파업 장기화 책임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정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날도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화물운송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또 화물연대 피해 기업에 손해배상 소송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백남준 지부장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도 열리고 있으니 길어도 10일이면 파업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협상 마음이 없다. 우리는 대화를 좀 하자는 것인데 그런 의지는 없고 찍어누르기만 한다”고 했다. 비시티지부 조합원 ㄱ(54)씨도 “정부가 깡패 같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확대할지 말지 이야기하지 않고 지금 당장 현장 복귀한 뒤 협상하자고 한다. 그런데 복귀하면 협상이 될까? 정부는 우리 파업하기 전까지 이 문제에 관심도 없었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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