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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美 '임신중지권 폐지' 파장

스페인의 결단…유급 생리휴가 도입에 임신중지 나이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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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초 도입 “아픔 숨기지 않길”…진단서 필요

‘임신중지 가능’ 18살→16~17살 하향 개정안 통과

16살 이상 성소수자 법적 성별 정정 절차 간소화도

현지 언론 “가톨릭 국가서 재생산권 가장 진보적 나라로”


한겨레

16일 스페인 마드리드 의회 앞에서 인권활동가들이 성전환자의 법적 성별 정정을 간소화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된 것을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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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유럽 최초로 유급 생리휴가를 도입하고 임신중지 가능 연령을 낮췄다. 의학적 소견 없이 성전환자의 법적 성별 정정도 가능해진다.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는 16일 스페인 의회가 이날 생리통을 겪는 근로자가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185표, 반대 154표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생리통으로 근무가 어려운 직원은 필요한 만큼 휴가를 낼 수 있다. 이 경우 고용주가 아닌 사회보장제도로 유급이 보장된다. 생리휴가를 받으려면 다른 병가처럼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디. 의사는 진단서에 필요한 휴가 기간을 정하게 된다.

입법을 추진한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역사적인 날이다. 생리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이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스페인 여성의 약 3분의 1이 심한 생리통을 앓는다고 조사됐다. <아에프페>(AFP) 통신도 이 소식을 전하며 세계적으로 생리 휴가가 있는 나라는 인도네시아, 잠비아, 일본, 한국, 대만 등 소수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좌파 연정 내에 속한 진보정당 ‘포데모스’(우리가 할 수 있다) 소속인 몬테로 장관은 그동안 성 관련 권리 증진 법안을 여럿 추진해왔다. 이날 그가 추진한 여러 법안이 통과됐다. 스페인 의회는 이날 부모 동의 없이 임신중지가 가능한 나이를 현행 18살에서 16∼17살로 낮추는 임신중지법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개정안은 공공병원에서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스페인에선 종교적 이유 등으로 임신중지를 거부하는 공공병원 의료진이 많아 80% 이상의 시술이 개인 클리닉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엘 파이스>는 전했다. 다만 공공병원 의료진이 서면으로 자신의 의사를 등록하면, 임신중지 시술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등 의사의 거부권도 보호했다. 이 법안은 그밖에 재생산권을 폭넓게 강화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생리용품을 학교와 교도소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국가보건센터에 방문하면 응급피임약 등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주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우파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PP)이 낸 임신 14주 내 임신중지를 반대하는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스페인 의회는 이날 성소수자 권리를 강화하는 별도 법안의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성소수자는 16살 이상이라면 의학적 소견 없이도 법적 성별을 정정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지금껏 성소수자가 자신의 법적 성별을 정정하려면 여러 의사의 진단이 필요했는데, 이 조건을 삭제한 것이다. 다만, 12∼13살 미성년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14∼15살 미성년자는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가 필요하다. 통과된 새 법에는 성소수자의 ‘전환치료’도 금지했다. 또한, 레즈비언 커플의 체외수정 시술을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다. <엘 파이스>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가톨릭 국가 스페인을 유럽에서 재생산권에 관한한 가장 진보적 국가로 탈바꿈시켰다고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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