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질문서 5분간 말싸움
안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장관을 불렀다. 그는 한 장관이 답변대에 서자마자 대뜸 “내년 총선 출마하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제 임무를 다하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정치는 하실 거죠?”라고 재차 물었고 한 장관은 “그런 문제를 대정부질문에서 물을 건 아니다. 의원님은 출마하시죠?”라고 되받았다. 안 의원이 “저는 하죠”라고 하자 한 장관은 “네,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그런 답변 태도가 문제”라며 “시중 한 장관 별명 제가 말씀드릴까요?”라고 했다. 한 장관은 “여기서 좀 건설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후 상황도 비슷했다. 안 의원은 대정부질문 본연의 질문을 하지 않고 계속 사과를 요구했다.
한 장관은 그러자 안 의원이 2020년 한 민간투자자에게 문자메시지로 ‘X탱이’라고 욕설했던 전력을 거론하며 “민원인에게 욕설을 하신 분이 누굴 가르치려고 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여야 의석에선 두 사람을 비난하는 고성이 계속 터져나왔다.
이런 식의 공방이 이어지자 안 의원은 사회를 보던 김영주 국회부의장에게 “한 장관에게 주의를 주시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했다. 김 부의장은 “출마 의사를 물었던 첫 질문부터 대정부질문에 적절한 질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법무부장관도 적절한 질의가 아니라고 해도 질의하는 의원님께 답변은 공손하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이날 안 의원과 한 장관의 질문 답변 내용.
안민석 내년 총선 출마합니까?
한동훈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요. 제 임무 다하겠습니다.
안민석 정치는 하실 거죠?
한동훈 그런 문제를 대정부질문에서 물을 건 아닙니다. 의원님은 출마하십니까?
안민석 저는 하죠.
한동훈 네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안민석 그런 답변 태도가 문제입니다. 시중 한 장관 별명을 제가 말씀드릴까요?
한동훈 의원님이 지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좀 건설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민석 역대로 한 장관처럼 국회의원들과 싸우는 장관, 이런 모습을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
한동훈 의원님 의견입니다. 제가 존중하겠습니다.
안민석 의견의 문제가 아니라 장관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한동훈 의원님 평가구요. 저는 뭐 제가 판단해서 잘 답변하겠습니다. 질문해주시면 답하겠습니다.
안민석 나는 나대로 할 테니까 너는 너대로 떠들어라 그겁니까?
한동훈 의원님은 의원님 임무가 있는 거구요. 저는 제 임무가 있는 것이니까요. 네
안민석 (잠시 한 장관을 노려보며) 저는 사실 오늘 이 자리에,
한동훈 네에,
안민석 장관이 그동안 했던 무례한 발언, 또 동료 국회의원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일련의 불손한 태도에 대한 사과를 제가 정중히 드릴 기회를 주려고 했던 것인데,
한동훈 (미간을 찌푸리며) 아, 그 얘기를 안민석 의원님이 하시는 게 참 이상합니다.
안민석 국회에 지금 싸우러 온 것이죠?
한동훈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안민석 국민들이 우습죠?
한동훈 의원님, 그런 질문은요. 그런 질문은,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참 황당해하실 것 같아요. 그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질문이고,
안민석 국민들이 두렵기는 합니까?
한동훈 의원님 그런 말씀 많이 하시지 않습니까? 의원님 국민들에게 이상한 욕설 같은 것도 하시는 분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서 와서 마치 누구에게 훈계하고 이런 시간으로 대정부질문 쓰는 것, 저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안민석 본인이 그동안 했던 발언이라든지 태도에 대해서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까?
한동훈 제가 의원님한테 그런 얘기 들을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민석 제가 사과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한동훈 (웃으며 손을 내저으며) 저는 안민석 의원님한테 그런 식의 훈계를 들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시려면 하시고, 제가 듣겠습니다.
안민석 사과할 기회를 드릴 테니까는요.
한동훈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안민석 의원님, 의원님이 그런 말 하시는 건 국민들이 우습게 보실 것 같지 않습니까? 의원님은 민원인에게 욕설을 하신 분 아닙니까? 아니 그런 분이 와서 제가 의원님 질문에 답하는 그 태도 문제를 계속 하시겠다는 겁니까? 아~ 저는 국민들께서 수긍하시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민석 사과하십시오.
한동훈 의원님은 의원님 지역구 국민들한테 욕설을 문자로 보내신 분이잖아요. 그 분이 여기 와서 누굴 가르치려고 든다는 건 저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안민석 (팔짱을 끼고 노려보며) 사과하십시오.
한동훈 (웃으며) 제가 말씀드렸구요. 예.
안민석 사과를 받기 전에는 질의를 하지 않겠습니다.
한동훈 그렇게 하십시오, 예.
안민석 (계속 노려본다)
한동훈 그리고 의원님 아까 공익제보 말씀하셨는데,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원님은 윤지오라는 사람을 공익제보자로 추켜세우면서 공익제보라는 제도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린 분입니다. 그분이 공익제보를 얘기, 저는 의원님께서 (평소) 질의하시는 내용에 대해서 수긍하지 못하는 점이 너무 많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립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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