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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15 (일)

    재판소원의 위헌성 논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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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조선일보

    일러스트=유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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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 국민은 악몽에서 깨어났습니다.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하는 등 유럽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히틀러 나치 정권의 폭정이 상당 부분 국민의 암묵적 지지 아래 형식적으로는 합법적 제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가 가져온 참혹함을 독일 국민은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 새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그리하여 도입된 제도의 하나가 연방헌법재판소입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모든 국가기관에 대해 독립적이고 초연한 지위에서 헌법을 보호하고 해석하는 기관으로 의회, 행정부나 법원의 권한 행사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원래 민주국가에서 헌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결단해야 할 문제의 하나가 법률이 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을 대법원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별도의 기관으로 할 것이냐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위헌법률심사권을 미국이나 일본처럼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관할로 하기도 했고 때로는 별도로 만든 헌법위원회의 관할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7년 헌법개정 시 독일과 같은 역사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심층적인 검토가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 당시 유럽 등지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제3의 방식인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때는 헌법재판이 지금처럼 활발해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설립 초기에는 헌법재판관도 9인 중 3인만을 상임으로 임명하고 나머지 재판관은 비상임으로 임명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헌법 의식이 고양되면서 헌법재판은 활성화됐습니다. 급기야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헌법위반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불복할 수 있게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국회에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이를 가능토록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전부터 논란이 돼 온 것으로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독일에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불복할 수 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처럼 당연히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비록 독일에서 유래했으나 헌법 체제나 내용이 독일과 달라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독일 기본법(헌법)은 제9장 사법권(Rechtsprechung)의 장(章) 아래 제92조에서 사법권은 연방헌법재판소, 연방법원, 주 법원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93조 제1항 제4a호는 “누구든지 공권력에 의해 자신의 기본권 또는 기본권에 준하는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경우, 연방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근거를 명백히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각 독립된 제5장과 제6장으로 하여 각 고유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재판에 대해서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규정한 소관 사항을 관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 기본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명백히 규정했으나, 우리 헌법에는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의 하나로 독일과 달리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만 규정해, 헌법소원의 내용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헌법소원의 내용을 정하는 하위 법률이 재판에 대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취지의 헌법에 위반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1987년 헌법 개정 시 개정안을 입안했던 분들도 판결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려면 독일과 같이 헌법에 관련 규정을 명백히 두어 위헌의 소지를 없애고, 그에 따라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해소할 제도와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고 당장 재판소원이 허용된다면, 재판 확정 지연 및 소송 비용 추가에 따른 국민의 부담 증가,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업무 증가 등 국가적 혼란과 손실이 심대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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