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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15 (일)

    [강천석 칼럼] 이재명과 닉슨, 軍을 보는 서로 다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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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材 씨앗 마르도록

    파고 또 판 朝鮮 士禍

    계엄 수사도 닮아간다

    닉슨, ‘정치적 이익’ 위해

    ‘안보 이익’ 양보 않나

    대통령 감시한 軍 눈감아

    국방부는 그제(12일) 지상작전사령관인 육군 대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수사 기관에 넘겼다. 어제(13일)는 해군 참모총장(대장)을 직무 배제하고 징계 절차를 밟아 민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 모두 작년 비상계엄과 ‘연루(連累)’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루’라는 단어는 범죄 행동을 기획하거나 모의(謀議)하지는 않았지만 사건 관련자와 직무상 또는 우연히 접촉했을 경우에 흔히 쓰는 말이다. 북한이나 중국 등 독재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민주 국가 언론들은 ‘숙청(肅淸)’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정부의 내란 가담 조사 태스크포스는 110명을 수사 의뢰했다. 그중 108명이 군인이다. 징계 요청한 대상 89명 가운데 48명도 군인이다. 앞으로도 내란 전담 군 수사본부가 계속 팔 것이라고 한다. 똑똑한 사람 씨를 말렸다는 조선시대 ‘사화(士禍)’가 이랬을 것이다. 이건 현대판 ‘병화(兵禍)’다.

    지상작전사령관은 북한 도발이 발생하면 전방 육군 20만명을 지휘해 북한군을 격퇴할 임무를 맡고 있다. 해군 참모총장 직무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정권 들어 중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해 현재 자리에 임명됐다. 12·3 계엄 당시 1군단장이었던 지상작전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후에 병력을 동원하지 않았으나 계엄에 가담한 부하 전화를 받고 즉시 귀대(歸隊)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계엄 당시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이던 해군 참모총장은 상관인 합참차장이 계엄사 구성을 지원하라고 하자 그 말을 휘하의 계엄과장에게 전한 혐의다.

    대한민국은 50만명이 채 되지 않은 병력으로 수십 개 전술핵무기로 무장한 100만명이 넘는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다. 이런 나라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 가운데 장교나 사병으로 군에 복무했던 대통령이 드물다. 이스라엘이라면 대통령 꿈도 꿔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린 나이로 공장에 취직했다 팔을 크게 다쳐 군에 가지 않았다. 김민석 총리는 학생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가서 군에 가지 않았다. 안규백 국방 장관은 최종 계급이 일병인 방위병 출신이다.

    군대는 명령과 복종으로 연결된 특수 집단이다. 상관이 부당한 명령을 내릴 때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정당한 명령이고 무엇이 부당한 명령인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적(敵)이 사방에 지뢰(地雷)를 촘촘히 묻어두고 기관총을 여러 대 배치한 고지(高地)를 탈환하려면 공격하는 측이 지키는 측보다 몇 배의 전사자(戰死者)를 낸다. 이때 상관의 고지를 향한 돌격 명령은 정당한가.

    70~80대 세대는 군대에서 총도 몇 번 쏘지 못했다. 총알값을 댈 예산이 부족해서다. 그러다 몇 개월 만에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으면 손이 떨려 표적을 조준하지 못했다. 대포를 다루는 포병(砲兵)은 더 그렇다. 병사는 훈련을 몇 달 안 하면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 된다. 그런데도 군대 안 간 대통령들은 걸핏하면 남북 관계를 이유로 훈련 중단 명령을 내린다.

    조선일보

    1972년 2월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저우언라이 뒤쪽이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검은 뿔테안경)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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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슨 미국 대통령 시대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닉슨이 키신저 안보 보좌관을 비밀리에 중국에 보내 미·중 국교 수립을 시도할 무렵이다. 미국 군부(軍部)는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국과 소련에 ‘전략적 양보’를 하지 않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이 무렵 백악관 가운데 가장 비밀스런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실에 찰스 래드포드라는 해군 일등병이 발령을 받아 들어왔다. 총명한 머리와 뛰어난 속기(速記) 능력을 가진 그는 단박에 키신저 눈에 들었고 대통령도 얼굴을 알아보는 사이가 됐다. 키신저의 중국 비밀 방문을 수행했다.

    사실 그는 미국 군부가 대통령과 키신저를 감시하도록 보낸 군부의 스파이였다. 대통령 서랍을 뒤지고 키신저 가방 속 문서를 몰래 복사해 합참의장 토머스 무어러 대장에게 보냈다. 13개월 동안 5000건의 문건을 보냈다. 그의 절도 행각은 백악관이 비밀 누설 방지를 위해 도청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들통이 났다.

    백악관은 군부의 대통령 감시가 ‘침묵의 쿠데타(Silent Coup)’이자 반역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키신저는 합참의장 즉각 체포를 주장했다. 닉슨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해군 일등병은 오레곤 주의 수송부대로, NSC 안에서 일등병의 뒤를 봐주던 해군 제독은 한적한 곳으로 내보냈다. 무어러 대장에겐 사람을 보내 백악관이 사건을 적발했다고 통고(通告)했다. 무어러는 해임하지 않고 임기를 마치도록 했다.

    닉슨은 핵심 참모들에게 ‘군의 명예를 지켜줘야 하고 대통령과 군부 사이의 헌법적 화근(禍根)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는 닉슨이 사건의 전말을 증언한 7페이지 증언록은 지금도 비밀이 해제되지 않은 채 봉투 속에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강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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