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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한국놈도 아냐” “꺼져” 야유·욕설… 인요한 “아픔 함께하는 게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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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수라장이 된 추모대회

조선일보

시민추모대회서 애도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맨 왼쪽) 대표와 국민의힘 인요한(왼쪽에서 셋째) 혁신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핼러윈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인 위원장,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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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한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검은색 계열 옷을 맞춰 입고 광장에 모였다. 인요한(64)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자리에 앉았다. 키 193㎝에 백발 백인의 외양이 인파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추모식 시작 10분 전 김경진·박소연·이소희 혁신위원과 함께 서울광장으로 왔다. 서울광장 입구에는 ‘김건희 구속’ 깃발을 흔드는 사람과 수많은 좌파 시민단체의 깃발이 호위하듯 서 있었다.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권영세·김예지 의원, 김병민 최고위원 등도 자리했다. 오 시장을 제외하면 개인 자격으로 왔기에 듬성듬성 빈자리에 나누어 앉았다. 주최 측은 인 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의 옆 자리로 안내했다. 그는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오후 5시 추모식이 시작되자 이정민(고 이주영씨 부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잃어버린 우리 아이를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 집회가 아니다”라고 했다. 추모식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이었다. 인 위원장은 무대를 응시하며 자리를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순으로 각 당 대표들이 나와 추모사를 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땐 참석자들이 “윤석열 꺼져라!“ ”탄핵하자!” 등을 연호하며 열띤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인 위원장의 얼굴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고 최보람씨의 고모가 소속된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을 연주할 때 광장에선 ‘윤석열 탄핵’ ‘검찰독재’ 등이 큼지막이 적힌 대형 깃발들이 선율에 맞춰 휘날렸다. 구석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보낸 조화가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1시간20분에 걸친 추모식 1부 행사가 끝나고, 2부 행사로 넘어가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주최 측이 ‘진상을 규명하라!’ 피켓을 단체로 들고 포토타임을 진행할 때 인 위원장도 휠체어를 탄 이소희 위원 등 일행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진상을 규명하라!”던 참석자들의 외침이 삽시간에 인 위원장에게 쏠렸다.

그가 차량을 탈 때까지 5분간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참석자들은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윤석열 물러나라!” ”아이들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쏟아냈고, 일부는 그의 뒤를 쫓아가 “한국놈도 아니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와” ”XXXX 확 죽여버린다”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그를 향해 빈 담뱃갑이나 피켓을 구겨 던지며 “바른 말만 하더니 왜 그쪽으로 갔냐”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순식간에 인파가 인 위원장 주변으로 쏠리고 이소희 위원이 탄 휠체어가 옴짝달싹 못해 인명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들도 몇 번 있었다. 인 위원장은 항의와 욕설을 묵묵히 들으며 걸음을 옮겼고, 굳은 얼굴을 한 채 차를 탔다.

인 위원장은 추모식 참석 후 본지에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의사결정의 최상급 단계인 집권 여당과 정부는 당연히 무한책임을 지고 애도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힘이 이 점에 다소 소홀한 측면을 반성하고 국민통합을 위하는 의미에서 참여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들어야 되는 게 정치권의 책무”라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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