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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 (일)

두산그룹株 지배구조 개편 유불리 따져보니... 에너빌리티 주주는 손해, 로보틱스는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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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 성남시 분당 두산타워. /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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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클린 에너지(청정 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의 3대 축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밑으로 옮긴 뒤 상장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표 이튿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상위권에 두산그룹주(株)들이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일일 주가 변동 폭도 컸다. 두산그룹주 주주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종목별 유불리를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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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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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현재 주가로는 손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11%)을 보유한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한다. 신설회사는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 관련 안건이 오는 9월 25일 임시 주주총회 문턱을 넘으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100주 보유한 주주는 사업회사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7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를 갖게 된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209만원어치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188만4600원어치로 줄어든다. 앞으로 주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두산에너빌리티 기존 주주 입장에선 당장 분할·합병이 실익이 없다.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회사에 매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예정가는 2만890원이다.

NH투자증권 계좌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보유한 주주 6만7193명의 평균 매수가가 지난 10일 기준 2만785원이고, 중위값은 2만500원이다. 이를 고려할 때 기존 주주 중 절반가량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예정가를 밑돌아도 손실 없이 빠져나올 길은 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총 6000억원 이상 행사하면 분할·합병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의 선택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두산과 특수관계인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이 30.67%로 높지 않아서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번 개편으로 차입금 부담이 1조2000억원가량 줄고, 원자력발전과 에너지 등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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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밥캣 주주, 두산로보틱스 주가 추이 주목해야

두산밥캣 주주는 앞으로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더 중요해졌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포괄적 주식 교환·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9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하면 두산밥캣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는 두산로보틱스 주식 63주로 바뀐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보면 546만원어치 두산밥캣 주식이 665만9100원어치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되는 셈이다.

두산로보틱스 주주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는 하지만, 매수 예정가가 8만472원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팔기로 했다면 굳이 3개월 이상 기다리기보단 곧바로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4만9850원까지 밀렸다가, 5만9500원까지 뛰었던 것도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의 매수세가 있었던 영향으로 보인다.

주식 포괄적 교환·이전 계약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예정 가격은 1주당 5만459원이다. NH투자증권 계좌로 두산밥캣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2752명의 평균 매수가는 지난 10일 기준 4만8853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3.3%가량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발생한 양도차익은 250만원까지만 공제되고,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 포괄적 주식 교환·이전 계약이 깨질 수 있다. 이날 종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예정가보다 8.2%가량 높기 때문에 매도할 생각이라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시장에 파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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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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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로보틱스 주주는 일단 주가 급등에 ‘활짝’

두산로보틱스 주주는 당장 주가가 급등한 만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NH투자증권 계좌로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한 3만3529명의 평균 매수가는 지난 10일 기준 6만3516원이다. 평균 매수가 대비 이날 종가 기준 수익률은 66.4%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고점에 매수한 상위 10%의 평균 매수가도 9만9200원으로, 기존 주주 대부분이 수익권으로 추정된다.

두산로보틱스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을 품으면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면 지속해서 보유하는 것도 방안이다.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두산밥캣이 상장폐지되면 두산로보틱스를 편입하는 수시변경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두산로보틱스 주주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는 하지만, 매수 예정가가 8만472원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팔기로 했다면 굳이 2개월 이상 기다리기보단 곧바로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주회사인 두산 주주들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식 수 등이 달라지지 않지만, 두산이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이 오르는 효과는 있다. 계획대로 재편이 마무리되면 두산 → 두산에너빌리티(지분율 30%) → 두산밥캣(46%)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두산 → 두산로보틱스(42%) → 두산밥캣(100%)으로 바뀐다.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 지분율은 14.4%(30% x 46%)에서 42%(42% x 100%)로 뛴다.

김수현 DS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배당하고 있지 않아 두산밥캣 배당금이 두산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앞으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으로 지급받은 배당을 두산과 일반 주주에게 현금 배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두산이 보유한 자사주 18%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조금 더 커졌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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